대기업 31% 자금 사정 악화 호소…건설·토목 가장 어려워

[자료=한국경제인협회]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올해 기업들의 자금 운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10곳 중 3곳(31.0%)은 지난해 대비 자금 사정이 악화됐지만 자금 수요는 더 늘어날 것(36.0%)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6일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하여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년 대비 올해 자금사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 31.0%로 집계됐으며 호전됐다는 대답은 11.0%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건설·토목(50.0%) 기업들에서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금속(철강등 45.5%), 석유화학·제품(33.3%) 순으로 이어졌다. 

한경협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글로벌 공급과잉 영향으로 해당 업종들이 장기 부진을 겪고 있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자금 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고환율과 물가 부담을 꼽았다. 세부적으로는 환율 상승(24.3%)이 가장 많았고,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23.0%), 높은 차입 금리(17.7%) 등이 지목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들의 36.0%는 올해 자금 수요가 연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과 유사한 수준에서 지출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53.0%였으며 11.0%만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금 수요가 발생하는 부문은 원자재․부품 매입(39.7%)이 가장 많았고, 설비투자(21.3%), 차입금 상환(14.3%), 인건비․관리비(14.0%) 순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에서 2.75%로 인하했음에도, 기업 5곳 중 1곳(20.0%은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대답했다. 또 절반이 넘는 58%의 기업들은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 머무르거나 오히려 1차례 이상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고환율이 지속되면서 수입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심리가 커짐에 따라 기업들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원·달러 환율도 최고 1500원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1475원~1500원 구간을 예상하는 응답(28%)이 가장 많았고 1500원~1525원(24%), 1450원~1475원(23.0%) 순으로 이어졌다. 

끝으로 기업들은 안정적인 자금 관리를 위해 정부의 대내외 불확실성 해소 노력(34.3%)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최소화(25.7%), 정책금융 지원 확대(15.3%), 원자재․소재․부품 수급 안정화(12.3%) 등을 주요 과제로 지목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경기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 철강,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자금사정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환율 변동성을 축소해 기업들의 외환 리스크를 완화하고 정책금융·임시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의 금융․세제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