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예술의전당서 브람스·실베스트리니 등 연주…"시대 변화 느낄 것"
"음악은 세상 바꾸는 데 기여…한국은 친근한 나라, 한강 책도 읽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 주요리, 디저트를 즐기는 것처럼 저희 공연도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모여 완성되는 음악 여정으로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클라리네티스트 폴 메이어)
오는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하는 세계적인 목관 앙상블 레 벙 프랑세(Les Vents Francais)가 6일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 소개와 함께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견해를 들려줬다.
'프랑스의 바람'을 뜻하는 레 벙 프랑세는 세계 각지에서 오케스트라 수석 연주자, 지휘자, 음악 감독 등으로 활약하는 정상급 목관 연주자들로 꾸려졌다.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 오보이스트 프랑수아 를뢰, 클라리네티스트 폴 메이어, 바수니스트 질베르 오댕, 호르니스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 피아니스트 에릭 르 사주가 앙상블 일원이다. 인터뷰에는 폴 메이어와 라도반 블라트코비치가 대표로 응했다.
레 벙 프랑세는 베토벤, 모차르트 등 고전 음악뿐만 아니라 현대 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연주한다. 특히 라벨, 풀랑크 등의 프랑스 음악, 루드비히 투일레의 곡과 같이 덜 알려진 목관 음악에 집중한다.
이번 세 번째 내한 공연에서도 브람스와 베르디의 음악부터 프랑스 현대 작곡가 질 실베스트리니의 음악까지 시대적으로 다양한 곡을 연주한다. 이번에 들려주는 실베스트리니의 '피아노와 목관 오중주를 위한 육중주'의 경우 세계 초연이다.
메이어는 "음악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며 "각 악기의 음색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공연의 감상 팁을 일러줬다.
블라트코비치는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베르디의 '오중주'의 경우 목관 앙상블을 위해 편곡된 만큼 이전에 들었던 것과는 색다른 음악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이어는 레 벙 프랑세가 프랑스 현대음악 등 꾸준히 새로운 곡을 발굴해 연주하는 것에 관해 "현대 작곡가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의뢰하고 가능하다면 우리를 위한 새로운 곡을 위촉해 후세대에 남기는 것도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라트코비치는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현대 작곡가들과 작업할 소중한 기회를 자주 얻기도 한다"며 "현대 작곡가와의 대화는 기존 음악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음악이 현재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저희 앙상블의 주요 레퍼토리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메이어는 앙상블 결성 계기에 대해 "레 벙 프랑세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제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며 "이 앙상블의 모든 멤버를 오래전부터 깊이 존경해왔고 특히 피아니스트 에릭 르 사주와는 10대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고 떠올렸다.
프랑스 음악에 집중하는 이유로는 "프랑스에 워낙 뛰어난 관악 연주자들이 많았고 이들과 함께 연주할 기회가 생기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매년 함께 무대를 가지자는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프랑스적인 울림'을 그 기반으로 두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 관악 연주의 전통을 중요하게 여겨 레퍼토리에서 프랑스 작품을 많이 연주한다"면서도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최고 수준에서 함께 연주하는 것, 그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블라트코비치는 레 벙 프랑세의 음악을 열정이란 한 단어로 표현했다. 그리고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도 비쳤다.
"격변과 어려운 시대 속에서 제가 인용하고 싶은 문장 하나가 있는데, 미국의 위대한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의 말입니다. '우리가 폭력에 대응하는 방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렬하게, 더 아름답게, 그리고 더 헌신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단지 아름다운 음을 연주하는 것만으로 무언가를 바꿀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정신적으로, 그리고 더 높은 에너지의 차원에서 저는 음악이 분명 세상을 바꾸는 가능성에 기여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레 벙 프랑세는 이번 내한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한국은 제게 가까운 나라로 여겨집니다. 지난번 한국에 방문했을 당시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았는데, 마침 그의 책을 한 권 구매해 읽으면서 한국 문화를 조금 더 알아가기도 했어요. 이번엔 짧은 시간이겠지만,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과 교류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블라트코비치)
"한국에서 맛있는 고깃집에 가는 걸 가장 고대하고 있습니다.(웃음) 저희 모두 한국이란 나라와 관객들을 향한 애정도 크지만, 방문할 때마다 한국의 훌륭한 음악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아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어요."(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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