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양우혁 기자】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가 개막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캐즘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사도 포트폴리오 확장을 가속화하며 기술 공개에 나섰다. 리튬인산철(LFP)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에 비해 후발주자인 만큼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기술 차별화' 전략을 앞세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기업들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제품을 공개하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한편, BYD도 이번 전시회에서 참가해 배터리 기술을 선보이며 한국 기업들과의 경쟁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CEO) 사장 겸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은 이날 개막식 전 취재진과 만나 “배터리 업황이 1분기 또는 상반기 중 저점을 찍고,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 수요가 줄고 있고 시장 내 변수가 많은 만큼, 다시 성장 국면에 들어설 시기를 대비해야 한다”며 “투자는 연초 발표한 효율적인 방향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술력 측면에서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충분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사장은 “중국 업체들도 성장하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산업의 역사를 써 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배터리 관련 지적재산(IP)을 보유한 것이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 이미 여러 공장을 갖고 있어 선진입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역시 미국 내 생산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전시회에서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LFP 기반 CTP 기술, HV Mid-Ni 배터리 등을 선보였다. 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전성, 공정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 기술, 비용 경쟁력을 갖춘 배터리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삼성SDI로 자리를 옮긴 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 업황 전망과 회사의 전략을 공유했다. 그는 업황 회복 시점을 LG에너지솔루션과 비슷한 시기로 전망했다. 최 사장은 “캐즘 현상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삼성SDI는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보고 2분기부터 점진적인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보수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헝가리 공장은 전방 수요가 어려운 상황이라 가동률이 예전보다 낮아졌고, 북미 단독 공장도 지난해보다 수요가 악화된 상황”이라며 “올해는 보다 신중한 투자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신제품’이 캐즘을 극복할 무기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 사장은 “46파이 배터리의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이미 샘플을 제공한 상태”라며 “곧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객사인 현대차와의 협력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그는 “전기차를 포함해 로봇 분야에서도 현대차와 협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긴밀한 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이번 전시회에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ASB), 열전파 차단 기술이 적용된 각형 배터리, 그리고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5’를 수상한 50A급 초고출력 원통형 배터리 등을 선보였다. 특히, 열전파 차단 기술과 업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한 전고체 배터리로 각형 배터리의 차별화된 안전성을 강조했으며, 50A급 초고출력 원통형 배터리를 포함한 46파이 배터리 4개 라인업을 공개하며 차세대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SK온은 이석희 사장의 불참 속에 박기수 R&D 본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배터리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3대 폼팩터(파우치형·각형·원통형)를 모두 개발 및 전시했다고 강조하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이미 개발을 완료해 현재 양산 준비를 진행 중이며, 각형 배터리 역시 개발을 마쳐 시장 수요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출력 성능을 제공하는 배터리로,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과 충전 속도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본부장은 "기술 개발에 약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ESS(에너지저장장치)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경쟁력과 관련해선 "기존 전기차의 열 폭주 방지 장치와 일부 소재를 줄일 수 있어 최종 제품 가격이 기존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온은 이번 전시회에서 배터리 액침냉각 기술과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공개했으며, 45파이 원통형 배터리를 최초로 선보였다. SK엔무브와 공동 개발 중인 액침냉각 기술은 배터리셀 전체를 냉각액에 담가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기존처럼 배터리 하부만 냉각하는 방식보다 안정성을 높이고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강점이다.
국내 배터리3사는 공통적으로 캐즘 현상이 1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차세대 기술과 제품을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인 회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편,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이자 2위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BYD도 인터배터리에 처음 참가했다. 코엑스 1층 홀에 36㎡(약 11평) 규모의 부스를 마련한 BYD는 인터배터리 2025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자사 기술을 선보였다. 중국 현지에서 파견된 것으로 보이는 관계자들은 부스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2·3륜차 배터리 등 제품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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