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왕보경 기자】 중국 내 한국 콘텐츠 유통을 금지하는 ‘한한령(한류 금지령)’ 해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패션업계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패션업체들은 내수 시장의 포화와 소비 침체의 여파로 시름을 앓아온 가운데 중국 진출 길이 열리며 업계에서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내수 부진의 여파로 패션업계가 큰 호황을 맞이하긴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된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이르면 5월 해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달 우원식 국회의장은 중국 시진핑 주석과 만나 한한령 해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시 주석이 긍정적인 검토 의사를 전달하면서 중국과의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이달 중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기구 중국아태협력중심이 한국에 문화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한한령 해제 시기가 구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국내 패션업계에서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내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국 시장이 실적 개선의 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패션업계는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삼성패션연구소가 발표한 2025년 패션 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패션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중국의 경우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패션 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미국 시장 조사 기업 프로스트 앤 설리번 및 중상정보망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25년 중국 패션산업 시장의 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3.5%로 예상된다. 올해 시장 규모는 1조9000억원위안(한화 379조4300억원)가량으로 점쳐진다.
F&F, 삼성물산 패션, 코오롱인더스트리FnC, 이랜드 등 국내 주요 패션업체들도 주력 브랜드를 통해 이미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F&F의 자사 대표 브랜드 MLB를 주축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해 왔다. MLB는 국내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중국 시장에서 연간 판매액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에는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을 중국 시장에 안착시키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F&F의 중국법인 매출은 2020년 745억원, 2021년 3054억원, 2022년 5810억원, 2023년 8132억원으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은 준지, 빈폴, 라피도를 앞세워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준지는 중국 럭셔리 백화점 SKP 베이징·청두점에 팝업 매장을 열었다. 이와 함께 하이엔드 백화점 REEL 상해점에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빈폴은 현지화된 BI 구축해 중국 시장 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라피도도 중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최근 방한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한한령 해제 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면서도 “중국 경기 침체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랜드는 여성복 브랜드 ‘이랜드’, 스파오, 스코필드 등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일찍이 중국 시장에 뛰어든 이랜드는 지난 2015년 2조3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만큼 세를 키웠다. 코로나19 이후 다소 주춤했지만 지금까지도 1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양국 패션사업부문을 통합하며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코오롱FnC는 지난 2017년 안타그룹과의 합작사인 코오롱스포츠 차이나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코오롱스포츠는 현재 중국 시장 내에서 하이엔드 아웃도어로 자리 잡았다. 최근 5년간 연평균 30~50%에 달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FnC는 올해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의 중국·일본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중국 매장을 오픈하며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한한령 해제가 한국 브랜드 및 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오롱스포츠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코오롱FnC의 콘텐츠,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 등을 높이고 있으며, 올해에는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를 통해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한한령 해제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F&F 관계자는 “한한령, 중국 내수 경제 둔화가 단기적으로 소비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패션업계의 호황과 불황을 결정짓는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라며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된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 효과로 소비 심리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F&F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중국 출점을 가속화하며 해외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국내 패션 시장이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다만 한한령 해제 직후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할 여력은 되지 않는다”며 “현재 중국 내 이랜드 매출은 1조가량으로 견조한 수준이지만, 중국 경기 부진으로 인해 그 이상의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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