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고예인 기자]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빅테크 고객을 중심으로 매출이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 전체 매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치·정책적 요인들로 인해 SK하이닉스의 미래 실적에 불안정성이 제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SK하이닉스가 공시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판매법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는 작년 한해 매출 33조4859억원, 순이익 1천4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12조5419억원)과 비교하면 약 2.6배 증가한 수치다. 실제 미국판매법인을 포함한 미국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해 3분기(누적)까지 국내외 지역별 매출 합계(46조4259억원)에서 미국은 58%(27조3천58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HBM 물량을 '완판'한 상태로 올해는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에 주력하는 가운데 상반기 중 HBM3E 16단을, 하반기에는 '커스텀(맞춤형)' 제품인 6세대 HBM4 공급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고객사의 수요 역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회사의 HBM 매출은 강한 고객 수요를 기반으로 전년 대비 10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올해는 ASIC(주문형 반도체) 기반의 HBM 고객 수요도 의미 있게 증가함에 따라 고객 기반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ASIC은 오픈AI, 브로드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SK하이닉스 아메리카(미주법인)는 미국 빅테크 대상의 영업·판매활동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미주법인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이 상황은 정치·정책적 요인으로 언제든 변수가 생길 수 있어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지난 3일 대만 반도체업체 TSMC가 미국에 1천억달러(약 145조9천억원)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에 대한 반도체법 보조금이 취소될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는데 현재로선 지급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정책적 변수, 경기 둔화 우려 등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 볼 때 SK하이닉스의 높은 미주법인 매출은 언제든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일단 미국 투자 계획을 변함 없이 추진하면서도 통상 정책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다각도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있다.
다만 신규 공장을 설립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절차가 까다로워 업계는 현지 투자 확대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관세 정책 등이 확정된 게 없어서 좀 더 구체화 됐을 때 투자에 미칠 여러 영향을 파악해보고 방향성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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