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 “기업 못 만날 이유 있나”…한경협 “옛 여자친구 만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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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국회에서 류진 한경협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민생경제를 주제로 간담회를 했다. 민주당 대표와 한경협 회장이 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2015년 문재인 당시 대표와 허창수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의 전신) 회장이 만난 이후 10년 만이다. 이 대표는 이를 언급하며 “우리 당내에서도 한경협을 만나면 안 된다고 성명서도 냈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 중인 적군도 만나는데 대한민국 경제의 일익을 담당하고 경제 발전의 중추 역할을 하는 기업을 못 만날 이유가 어딨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불필요하게 기업에 장애 요인을 만드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부정부패 저지르는 것이 아닌, 공정한 환경 속에서 공정하게 경쟁해 세계로 시장을 넓혀가야 한다. 정치권도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이어 “최근 논쟁이 되기도 했는데,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렵거나 위험성이 높은 투자의 경우 국부펀드든 국민펀드든 국가적 차원의 투자를 할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회장은 이 대표 발언에 “(양측 만남이) 10년 전이라고 했는데, 그 10년이 너무 길었다”면서 “오랜만에 만나니 옛날에 차였던 여자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우리 경제가 위기라는 데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AI(인공지능) 혁명과 반도체 혁명으로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전방위적으로 세계 각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류 회장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으로 그나마 버팀목이던 수출도 난관”이라며 “이 대표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다시 성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적극 공감한다. 결국 해법은 성장이며, 성장의 마중물인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기업가 정신도 살려내야 한다. 산업의 불모지에서 삼성, 현대 같은 글로벌 일류 기업이 탄생한 것도 기업가 정신을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며 “창업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업가 정신을 마음껏 발휘할 환경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호소했다.
◇ ‘기업’·‘성장’ 공감에도…상법 개정 등 여전히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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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와 류 회장은 상법 개정안 등을 놓고 여전히 입장 차이를 보였다.
조승래 대변인은 이날 간담회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경협 측에서 반도체 특별법과 관련해서 “52시간 문제에 대해서 일부 쟁점이 있지만 대타협의 물꼬가 터졌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 52시간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총 노동 시간을 늘리지 않고 추가 근로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하는 조치를 한다면 현행 제도 내에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는 3개월 단위로 노동부의 허가를 받고 있어 이를 6개월로 바꾸는 조치가 필요해 보이는데, 이는 노동부의 권한”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서로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한경협 측은 “‘상법개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부작용 등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상법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도 고려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가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경쟁력도 높아지기 어렵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알려졌다. 상법 개정안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조 수석 대변인은 “배임죄 폐지에 대한 공감의 이야기도 나눴다”고 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했을 때 배임죄 등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영 판단에 대한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불필요한 기업 규제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 대변인은 “이 대표가 규제 리스트를 작성해 동그라미(유지), 세모(검토), 엑스(폐지)로 확인해 행정 편의주의적인 규제는 과감히 없애면 좋겠다고 했다”며 “할 수 있는 것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금지 행위 말고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는 이야기도 나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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