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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의회 연설 후 야당 측 인사가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반박하는 연설을 하는 관행이 있다. 48세의 슬롯킨 의원은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이며, 치열한 경합 끝에 상원의원 자리를 차지한 신예 정치인으로 이번 반박 연설을 통해 민주당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99분간 역사상 가장 긴 의회 연설로 기록되는 동안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야유를 보내거나 항의 팻말을 들었다. 텍사스주 알 그린 하원의원은 지팡이를 흔들며 트럼프에게 미국의 공공의료 보험인 메디케이드 관련 정책을 추진할 “권한이 없다”고 소리쳤다가 강제로 퇴장당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슬롯킨 의원은 차분하고 낙관적인 어조를 유지하며 공화당 지지층까지 겨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슬롯킨 의원은 이날 미시간주 와이언도트에서 연설을 진행했다. 이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과 슬롯킨 의원이 모두 지난 선거에서 승리한 곳으로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슬롯킨 의원은 자신의 핵심 메시지 전달에 집중했다. 그는 “트럼프의 정책은 의료보험료와 처방약 가격을 인상시킬 것”이라며 “그의 제안은 수학적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결국 국민의 건강보험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실행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일론 머스크가 사회보장제도를 “역사상 가장 큰 폰지 사기”라고 언급한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 정부의 재정 정책이 국민의 안전망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슬롯킨 의원은 연설에서 과거 공화당 대통령과 비교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1980년대에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했음에 감사한다. 트럼프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며 “트럼프는 푸틴과 같은 독재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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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킨 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싸워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실망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무관심에 빠지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좌절감에 빠지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자체가 위험에 처했다”며 “관심 있는 하나의 이슈를 선택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강조했다.
또 “SNS에서 둠스크롤링(doomscrolling·부정적인 뉴스만 계속 소비하는 행위)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슬롯킨 의원은 CIA 분석관과 국가안보 전문가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정치 경력을 쌓아왔다. 2018년 하원 선거에서 당선될 당시 그는 군사 및 정보기관 출신 여성 후보들로 구성된 ‘안보 민주당(Security Democrats)’ 그룹의 일원으로 주목받았다. 이날 연설 서두에서 자신이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에서 CIA 요원으로 이라크에서 세 차례 복무했던 경력을 강조했다.
공식 반박 연설은 신진 정치인이 전국적 인지도를 높일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실수가 잦은 난관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날 슬롯킨 의원은 직설적이면서도 단순한 메시지를 선택해 무난하게 연설을 마쳤다. 다만 트럼프에 강경한 저항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일부 강경 지지층에게는 다소 온건한 접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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