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수민 기자]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업계 내 유일한 정액제 광고상품 '울트라콜(깃발꽂기)' 폐지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배달업계가 정률제 전환기를 맞게 됐다. 울트라콜의 고질적 문제였던 광고 과열 경쟁이 사라지는 대신, 주문 금액에 따라 이전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내게 될 가능성이 발생해 업주들 간 온도차도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올해 초 배민은 오는 4월부터 울트라콜 서비스를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울트라콜은 월 최소 8만원(부가세 별도)을 내면 업주가 원하는 특정 지역의 고객들에게 자신의 가게를 노출시키고, 음식 주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정액제 광고 상품이다.
앞서 배민을 이용하는 업주들은 배달대행사를 통해 배달을 수행하는 '가게배달'(울트라콜, 오픈리스트)과 배민이 직접 배달까지 수행하는 '자체배달'(배민1) 중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용 수수료와 관련해 오픈리스트(6.8%)와 배민1(2~7.8%)은 정률제가 적용됐고, 울트라콜만 유일하게 정액제로 운영돼왔다. 이번 울트라콜 폐지는 기존 울트라콜(정액제)만을 이용하던 업주들이 모두 정률제 상품으로 갈아탈 수 밖에 없게 되면서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배민 또한 울트라콜 존속 여부를 두고 긴 진통을 겪었다. 울트라콜은 지난 10년간 수많은 업주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배민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19년 쿠팡이츠의 배달앱 진출 이후 기업이 주문중개부터 배달까지 책임지는 '자체배달'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실질적으로 '가게배달' 울트라콜의 광고효과는 점점 더 떨어지게 됐다.
결과적으로 배민은 자체배달만 있는 쿠팡이츠, 요기요 등 경쟁사들과는 달리 가게배달과 자체배달(배민1)을 함께 운영해왔다. 이는 업주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동일 가게 중복노출로 인한 고객·업주 혼선, 복잡한 상품 및 서비스 구조 등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자체배달 시장 확대에 따른 가게배달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울트라콜에게는 또 다른 취약점도 있었다. 지방의 경우 주문이 발생하는 지역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주문수와 관계없이 일단은 깃발을 꽂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한정된 지역을 대상으로 이른바 '깃발꽂기' 경쟁이 점차 과열됐다. 또한 지방은 주문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이 있어 매출 대비 깃발 고정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과도한 경쟁 형성으로 업주들의 광고비 부담이 오히려 커지게 되면서 울트라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이어졌다. 이 때문에 이번 울트라콜 종료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 오히려 지방 업주들 사이에서는 기회라는 반응도 제기됐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인 A업주는 "울트라콜로 나가는 월 비용만 수십만원인데 사실 광고 효용은 의문이었다. 깃발꽂기에 쓰던 비용을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낮은 포장주문수 확대에 투자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가게배달 및 정액제가 저문 이른바 배달앱 2.0 시대를 앞두고 이같은 업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각에서는 배민이 쿠팡이츠의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배수진을 친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배민 관계자는 "이번 울트라콜 종료는 이미 자체배달, 정률제 위주로 체질이 바뀐 배달앱 시장에서 업주나 고객에게 더 이상 비용 만큼의 효용을 충분히 주지 못하는 상품/서비스 구조를 개편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요기요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최근에는 월 이용자 수(MAU) 1000만을 돌파하면서 1위인 배민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해 1월에도 배민은 결제추정액이 933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 감소하며 1조 원대가 무너진 반면, 쿠팡이츠는 전년(2700억 원)보다 113.3% 신장한 5759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배달 100% 구조에 정률 요금제 하나만을 채택하는 쿠팡이츠에 비해 배민은 상품 및 서비스나 요금제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비효율이 축적되고 빠른 서비스 경쟁력 확대에도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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