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글로벌 빅파마(다국적 제약사)들 사이에서 방사성 의약품(Radio pharmaceuticla therapy·RPT)가 새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방사성 의약품이 난치질환의 새 희망으로 부상하면서 블록버스터급 성과를 내자 국내 기업들도 시장에 참전하는 분위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빅파마들은 방사성 의약품 시장에 잇달아 참전하며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노바티스의 성공이 가시화되며 다른 대형 제약사들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노바티스뿐 아니라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라이릴리도 관련 기업들을 사들이는 중이다.
◇연평균 11.3% 성장 중···난치성 질환 新옵션 기대
이러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움직임을 나타난다. 아직 선점 가능성이 있는 블루오션으로 판단,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글로벌 시장이 연평균 11.3% 성장해 2032년에는 19조7000억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이 기대를 거는 배경에는 블록버스터급 성과를 거둔 글로벌 빅파마들의 선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를 원료로 한 ‘루타테라’와 ‘플루빅토’가 있다. 지난해 기준 플루빅토는 1조4000억원, 루타테라는 8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두 약 모두 노바티스의 제품이다.
이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나타낸 건 최근 동위원소 원료 효과가 크게 향상된 덕이다. 방사성 의약품 자체는 수십년 전부터 개발돼 환자들에게 쓰여 왔다. 하지만 새로운 방사성 동위원소가 원료로 사용되면서 방사성 의약품의 효과가 크게 향상돼 다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옵션으로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방사성 의약품 치료는 표적 세포만 공략해 직접적으로 손상을 입히는 방식을 띤다. 기존 치료법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암·중추신경계 질환 등을 해결하는 데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아래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방사성 의약품은 총 67개다. 이 중 54개는 질병 진단용으로, 13개는 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질병 진단에 사용되는 방사성 의약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환은 암(종양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부터 투자까지···K바이오 직·간접 진출 ‘시동’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방사성 의약품 개발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는 분위기다.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는 기업으로는 SK바이오팜, 퓨처켐, 셀비온, 듀켐바이오 등이 있다. 직접 연구개발에 나선 기업들도 있고 일부는 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진출했다.
먼저 SK바이오팜은 SK그룹이 투자한 미국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에 공동 대표 투자자로 참여해 방사성 의약품 기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듀켐바이오는 뇌질환·종양 진단 분야에 활용 가능한 방사성 의약품을 통해 94.3%라는 압도적 수치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퓨처켐은 거세저항성 전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립선암 치료제 ‘FC705’를 개발 중이다. 종양에 결합하는 효과는 높이고 정상 장기에 대한 결합은 줄였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에서 특허 등록이 결정되기도 했다.
셀비온은 전립선암 방사성 의약품 ‘Lu177-DGUL’을 개발 중이다. 내년 국산 방사성 의약품 치료제의 최초 상용화를 자신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주가가 한 달여 만에 50%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전년 대비 40% 늘어난 적자폭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듀켐바이오는 진단용 방사성 의약품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양자성 컴퓨터단층촬영(PET-CT)을 통해 암, 파킨슨병, 치매 등을 진단하는 방사성 의약품을 제조 중이다. 최근에는 치료용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기 위해 라디오앤에스랩스의 지분 100%를 23억원에 인수했다.
◇정부 지원 공백 아쉽지만···“응용범위 무궁무진”
다만 일각에서는 인센티브 제도가 미약하다는 지적과 함께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국·유럽연합(EU)은 희귀의약품을 개발하면 연구개발(R&D) 소요 비용의 50%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과 임상개발 보조금을 제공하지만 우리나라는 세제 혜택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 미국, EU, 일본에서는 희귀의약품의 경우 우선심사·가속허가 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신속히 진행되고 수수료가 감면되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또 신청과정에서 미국과 EU는 신청비용이 전액 감면되고 일본은 30%를 면제해주지만 국내에는 이 같은 혜택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 기업들이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에서 방사성 의약품을 비롯한 희귀난치성 의약품의 개발에 주력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게 부족한 지원 기반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이 FDA에서 얻어낸 희귀질환 의약품 지정은 총 16건에 달한다.
이와 함께 효과성·안전성에 대한 한계가 여전하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방사성 의약품을 활용한 진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위양성·위음성 진단 방식을 모두 최적화해야 하며, 골수손상·구강건조증·신장손상 등 전신 독성이 임상시험에서 관찰됐다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향후 발전 가능성은 고평가된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다양한 분야에서 방사성 핵종을 응용할 수 있는 범위는 여전히 무궁무진하다”며 “차세대 방사성 의약품은 표적 벡터를 사용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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