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직장이나 업무상의 문제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산업재해를 신청한 사람 10명 중 6명이 이를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직장갑질119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살 산재 처리 통계에 따르면 최초요양 1회 차 기준 2023년 85건 신청에 35건만 인정받았다. 승인율은 41.1%로, 자살 산재 신청자 10명 중 6명이 산재를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2023년 자살산재 승인율인 41.1%는 지난 5년 간 총 승인율 51.9%(총 451건 신청·234건 인정)에 비해 10.8% 낮으며 지난 5년 자살 산재 승인율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앞서 2019년 58.3%, 2020년 65.3%, 2021년 52.3%, 2022년 45.2% 순이었다.
신청 건수 자체 또한 적은 수준이었다. 2019~2023년 경찰의 변사자 통계 중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로 인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는 연평균 477명이었는데, 산재 자살 신청은 연평균 57.6명으로 경찰통계의 12.1%에 그쳤다.
즉 ‘직장 문제’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노동자 10명 중 1명만이 산재 신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갑질119는 “이 같은 통계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직장갑질119와 용혜인 국회의원실, 기본소득당 노동안전특별위원회 주도로 진행된 ‘산재 자살 판정 현황과 개선방안’에서 정신건강의학과·예방의학과 정여진 전문의는 △산재 처리 기간 단축 △판정 결과의 일관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 △다양한 정신질환 유해·위험 요인에 대한 사회적 의제화 △판정위원에 대한 동기부여 등 질병판정위원회의 개선안을 제시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정슬기 박사는 근로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에 대한 산재보상과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공무원 재해보상법상 공무상 질병판정 특례와 같이 산재보험법에 업무상 재해의 인정특례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제도의 작동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작성하는 정신질병 조사지침상 우선적용대상으로 우선적용질병과 우선적용사건을 개정해 이에 해당하는 경우 산재심사절차를 간소화하는 대안을 내놨다. 산재보험법 외부의 법률들을 제개정해 근로자 자살에 대한 예방 및 보장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식도 언급했다.
직장갑질119 장종수 온라인노조 사무처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유족이 알 수 없어서, 자살산재 신청을 고려조차 할 수 없어서, 사망의 원인을 알게 되더라도 시간이 지체돼서, 산재보험 가입이 돼야 함에도 가입하지 못하는 무늬만 프리랜서 등 산재 신청을 할 수조차 없이 누락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산재보험은 사회보험으로서 재해자를 두텁게 보호할 의무도 있지만 보호에서 누락되는 사람이 없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자살산재 문제는 단순히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극단적인 결과에 그치지 않는다”며 “이는 노동자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문제로 그 배경에는 과로, 부당한 업무 환경,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압박이 결국 그들의 생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직장 문화와 노동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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