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청소년폭력예방 NGO인 푸른나무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중학생 A양은 또래 무리로부터 학습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이들 무리는 A양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SNS 계정을 만들고, 가해학생의 주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다. 이후 A양은 가해학생의 친구들로부터 ‘돈을 갚으라’는 강요 메시지를 받았고 시간이 지나면 배로 불어나는 이자 때문에 심리적 압박에 시달렸다.
같은 해 중학생 B군은 반복되는 음식 배달을 취소하느라 애를 먹었다. 가해학생 무리는 B군 명의의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매일 수십 건씩 주문하며 괴롭혔고 B군은 이를 취소하느라 어쩔 수 없이 돈을 쓸 수밖에 없었다.
이 같은 사이버 학교폭력은 2차 범죄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C군은 평소 돈을 자주 빌리던 같은 고등학교 재학생에게 불법 도박사이트의 대포통장으로 돈을 입금하도록 강요했다. 앞서 빌려준 돈을 못 받아온 피해학생은 요구를 거절했지만 C군의 협박과 상환 약속에 마지못해 불법 사이트에 강제로 가입했다. 하지만 C군은 도박에서 돈을 잃은 뒤 그 책임을 피해학생에게 떠넘겼다.
기존 학교폭력이 신체적인 폭력이나 온·오프라인 따돌림 등으로 이뤄졌다면 최근엔 피해학생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범죄로 진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당연히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SNS에는 ‘계정 거래’ 광고가 버젓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한 학교폭력이 계속될 유인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해 9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398만명 대상)를 보면 피해를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1%로 지난 2020년(0.9%) 이후 △2021년 1.1% △2022년 1.7% △2023년 1.9% 등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사이버폭력의 비중(7.4%)이 언어·신체폭력 및 집단 따돌림에 이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개인정보 교육과 관련 폭력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10대는 디지털수용력이 높은 세대이지만 범죄의식이 부족할 수 있고 사이버폭력은 비대면으로 이뤄져서 상대의 고통을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개인정보의 범주와 사이버범죄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윤호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계정을 넘길 상황이면 오프라인에서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사이에 우위관계가 형성되고 학교폭력이 이미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며 “예방을 위해서라도 피해학생이 개인정보를 넘기기 전에 신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스타그램에서 미성년자의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것처럼 미성년자 보호 관점에서 방통위와 교육부, 플랫폼 기업이 문제 상황이 관찰될 경우 조기에 개입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