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곽한빈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월 4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대상으로 새로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이에 맞서 3개국이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단행하며 정면 대응에 나서면서, 국제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무역 갈등이 단순한 일시적 충돌을 넘어, 장기적인 무역 전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美, 일방적 관세 강행…“펜타닐 차단 명분”
미국은 이날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기존 10%에 이어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일부 중국산 제품의 경우 최대 45%의 관세가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조치의 배경으로 ‘펜타닐을 비롯한 마약 유입 차단’을 내세우며, 해당 국가들이 미국 내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는 외교·안보 이슈를 무역 정책에 연결시키는 이례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멕시코·중국, 즉각 보복 관세 선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산 제품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에 대해 25%의 보복 관세를 즉각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한 21일 후 미국의 조치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추가로 1250억 캐나다달러(약 125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도 관세를 확대할 방침이다.
트뤼도 총리는 “오늘 미국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캐나다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며 “캐나다는 결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조치를 “일방적이고 정당성이 없는 결정”이라고 규탄하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및 비관세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응 품목은 오는 9일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발표할 예정이며,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번에도 미국 농업을 정조준하며 보복 관세의 강도를 높였다.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닭고기, 밀, 수수, 대두 등 주요 농축산물에 대해 10~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기준 미국 농산물의 80% 이상이 해당 품목에서 발생한 점을 감안할 때, 미국 농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중국은 해충 발생을 이유로 미국산 원목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 방산업체 10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해 중국과의 수출입 및 신규 투자를 금지했다. 또 15개 미국 기업에 대해 이중용도 물자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추가 보복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의 관세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서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캐나다가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도 동일한 수준의 상호 관세를 즉각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오는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예외 없이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4월에는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등 전략 산업에 대해서도 25% 이상의 관세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구리와 원목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착수한 상태다.
◇韓 기업도 비상…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대
미국과 주요 교역국 간의 무역 전쟁이 심화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멕시코에는 삼성전자,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 등 400여개의 한국 기업이 생산 기지를 운영 중인데, 미국의 관세 장벽이 높아질 경우 이들 기업의 원가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또한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공산품이 한국 등 주변국으로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저가 물량 공세에 시달릴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3개국이 결국 협상을 통해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적자 해소와 세수 확보를 목표로 추가적인 관세 정책을 예고한 만큼 갈등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4월 예정된 자동차·반도체 관세 부과 여부가 향후 무역 전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무역 질서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면서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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