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소중함 일깨우는 공간…학습효과도 높아
(서천=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아직 찬바람이 부는 시기라고는 해도 이맘때쯤 되면 마음은 이미 봄을 향해 달려간다.
생동감이 느껴지는 계절을 미리 느껴보고 싶어 충남 서천의 국립생태원을 찾았다.
순환하는 자연과 생물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 꼭 맞는 곳이라 느껴졌다.
◇ 장항역에서 5분…기차여행 '최적지'
서해안을 끼고 내륙과 접해있는 충남 서천군에는 생태관광 자원이 풍부하다.
푸른 소나무가 뻗어있는 장항송림산림욕장이 있고 근처에는 갯벌이 펼쳐져 있다.
계절에 따라 철새를 자연스럽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생태원은 서천군 마서면에 총면적 99만8천여㎡ 규모로 자리 잡고 있다.
장항역과 가까워 걸어서 5∼10분이면 생태원 서문으로 입장할 수 있다.
주변에 넓은 평지와 낮은 산들이 보여 찾아가는 길이 고요하게 느껴졌다.
◇ 자연을 접하다
국립생태원의 에코리움은 관람객들이 사시사철 갈 수 있는 대표적인 전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등 기후대별로 나눠진 공간에서 각각의 생태계를 접할 수 있다.
열대관으로 먼저 들어가 보니 추운 바깥과는 다른 열기가 느껴졌다.
두꺼운 옷을 껴입고 있던 관람객들이 겉옷을 벗어들었다.
앞쪽에 자리 잡은 수족관이 눈길을 끌었다.
수족관 어류가 각각 아마존의 포식자로 불리는 피라냐, 화려한 열대 해수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후끈한 공기, 시각적으로 보이는 어류의 형태와 빛깔만으로 열대의 이미지가 연상됐다.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덩굴성 식물의 가느다란 뿌리가 공중에서 커튼처럼 드리워져 있는 듯한 모습이 보인다.
손을 끝부분에 갖다 대니 부드럽고 촉촉해 생기가 느껴졌다.
꽃시장에서 화분 속 식물로 봤던 몬스테라는 이곳에선 위를 올려다봐야 할 만큼 키가 컸다.
식물 하나하나를 살펴보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여러 형태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푸른색이 꽤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푸른 온실 너머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니 싱그럽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부에는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등 지역별 열대 우림으로 구분해 설명한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생각보다 큰 식물 규모에 놀라고 있는데, 가족과 함께 온 어린이 관람객들이 '우와! 신기해'라고 말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들은 벽면 별도의 전시공간에서 어류, 이구아나, 개구리, 도마뱀, 장수하는 대형 거북으로 알려진 알다브라육지거북 등을 관찰하며 흥미로워하는 모습이었다.
◇ 다양한 기후대 체험…생물 다양성의 가치 느껴
사막관에 들어서자 열대관의 열기는 가시는 듯했다.
기둥 모양이나 양팔을 벌리고 있는 모습, 작은 원형 등의 다육식물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선인장의 남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풍경이기도 했다.
사막관에는 북아메리카 모하비 사막, 마다가스카르 사막처럼 다양한 사막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있었다.
서로 다른 사막의 모습을 혼자 상상해봤다.
사막관에선 생각보다 작은 몸짓의 사막여우를 볼 수 있다.
사막여우의 큰 귀는 소리에 민감하니 유리창을 두드리면 놀란다는 설명이 쓰여 있었다.
설치류인 검은꼬리프레리도그는 앞다리를 들고 선 채로 관람객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지중해관으로 갔다.
이곳에선 고요함과 안정감이 느껴졌고 이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식물들이 더욱 빛나 보였다.
향수의 소재로 쓰인다는 식물도 있다고 해 꽃이나 잎에 코를 킁킁대며 향기를 맡고 다녔다.
과하지 않은 부드러운 향에 기분이 좋아졌다.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듯한 올리브나무를 지나자 '코알라가 좋아하는 코림비아 시트리오도라' 안내판이 보였다.
코림비아속 또는 유칼립투스속 식물들은 호주에 사는 코알라의 주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코알라는 이 식물의 잎을 먹으면서 하루에 20시간 이상 잠을 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 잎에 있는 알코올성 마취성분뿐만 아니라 잎 자체에 영양분이 매우 적어 활동 시간을 줄여 에너지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적혔다. 머리가 끄덕여졌다.
온대관에선 습도나 온도가 알맞게 느껴졌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의 기후 환경과 생태계를 재현한 공간이다.
제주도의 곶자왈 지형과 연못을 재현한 공간도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나도풍란은 키 큰 나무에 착생해 있었다.
습도가 높은 해안가 바위나 나무에 착생해 사는 식물인데, 과거에 심하게 남획돼 수년 내 국내에서 절멸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 적혀있었다.
온대관에선 잎 모양이 친숙한 팔손이, 다양한 고사리류, 뾰족한 잎 모양이 특징인 가시나무, 푸른 잎에 빨간 열매가 인상적인 백량금에 눈길이 갔다.
잎과 가지 사이로 빼꼼히 얼굴을 내민 동백꽃 앞에서도 발걸음을 멈췄다.
온대관에서 야외로 나가면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볼 수 있다.
수달은 물가에서 서로 장난을 치는 모습이어서 활기 있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극지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곳에선 남극 펭귄을 볼 수 있다.
5개관을 모두 돌아본 뒤에는 에코리움 로비에서 개미세계탐험전을 관람했다.
열심히 잎을 잘라 모아 버섯을 기르는 잎꾼개미의 여정을 직접 볼 수 있어 이채로웠다.
◇ 보호받는 동물들의 이야기
생태원 에코케어센터에선 이곳에서 보호하는 영장류와 조류를 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팔이 휜 원숭이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는 전시물에 시선이 멈췄다.
이 원숭이는 어릴 적 한 가정에서 불법적으로 사육됐다.
2016년부터 국립생태원에서 지내게 됐다는 이 원숭이는 당시 팔을 뻗은 채 생활하지 못해 팔이 휘어 자라게 됐다고 한다.
설명을 읽고 난 뒤 투명창 너머에서 사람들을 향해 있는 원숭이들을 바라보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별도로 있는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은 2024년 문을 열었다.
유기 또는 방치된 외래 야생동물을 안전하게 보호, 격리해 생태계 유입을 방지함으로써 생태계 보전 및 시민 건강 복원에 기여하는 시설이라고 한다.
복도 벽면에는 아파트 단지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던 라쿤, 풀숲에서 사람을 공격한 미어캣 등이 생태원으로 오게 된 사례를 그림으로 전한 전시물이 부착돼 있었다.
취재팀이 방문했을 때는 라쿤 몇 마리가 외부 보호시설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내부 보호시설에도 라쿤이 많았다.
생태원에는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 동물 보호시설도 있다.
2021년 문을 연 이곳은 밀수나 밀거래 등을 통해 국내 유입된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시설이다.
이곳에는 조류도 있지만 크고 작은 거북류, 이구아나, 코모도왕도마뱀 등 파충류가 많았다.
생태원 측의 설명을 들으며 이들 시설을 둘러보다 보니 관련된 동물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관해 혼자 생각에 빠지기도 했다.
여러 생각을 뒤로 하고 야외로 나와 다시 에코리움으로 돌아갔다.
근처에선 철새가 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고 건물 앞에는 잿빛의 마른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땅에선 곧 초록의 식물들이 움터 봄을 알릴 것이다.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아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동식물과 인간과의 관계 등에 대해 탐색해 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3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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