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가와바타 야스나리 장편소설 '소년'
리베카 머카이 범죄소설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페터 플람 장편소설 '나?'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 느리게 가는 마음 = 윤성희 지음.
따뜻한 유머와 여유로운 문체로 삶의 다양한 감정을 그린 소설가 윤성희(53)의 단편소설집이다.
표제작은 중학생인 화자가 이모와 함께 '느리게 가는 우체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유쾌하게 담았다.
이모는 엽서를 넣으면 1년 뒤 배달해주는 이 우체통에 남자친구에게 보내는 엽서를 넣었다. 엽서를 보낸 이후 이모는 남자친구와 이별하고, 이젠 다른 여자와 결혼한 옛 남자친구의 집에 엽서가 배달되는 것을 막으려 길을 떠난다.
표제작을 포함해 작가가 2021∼2024년 문예지와 웹진에 발표한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렸다.
윤성희는 2021년 '날마다 만우절'로 동인문학상을, 2019년 '어느 밤'으로 김승옥문학상을, 2013년 '이틀'로 이효석문학상을, 2011년 '부메랑'으로 황순원문학상을 받았다. 장편 '구경꾼들', '첫 문장', '상냥한 사람', 단편소설집 '날마다 만우절', '베개를 베다' 등을 펴냈다.
창비. 264쪽.
▲ 소년 =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일본 작가 최초로 196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1899∼1972)의 장편소설이다.
화자는 50세가 된 작가로, 작품 전집을 만들기 위해 지난 생애를 돌이켜보다가 부모님을 여의고 외로웠던 학창 시절에 쓴 편지와 일기를 발견한다.
편지와 일기 속에는 화자가 어린 시절 기숙사의 같은 방에서 생활한 한 살 어린 소년에게 느꼈던 우정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다.
'소년'은 가와바타가 창간한 문예지 '인간'에서 1948년 연재를 시작했으나 문예지의 재정난으로 연재가 불규칙하게 이어지다가 1952년에야 출판사 신초샤(新潮社)의 '가와바타 야스나리 전집'에 마지막 부분이 수록되며 완결됐다.
가와바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알려진 이 소설은 2022년 작가의 50주기를 기념해 일본에서 단행본이 출간됐다.
북다(교보문고). 184쪽.
▲ 질문 좀 드리겠습니다 = 리베카 머카이 지음. 조은아 옮김.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소녀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미국 소설가 리베카 머카이(47)의 범죄 소설이다.
'미투 운동'이 확산하던 2018년, 영화학 교수인 주인공 보디 케인은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에 초청돼 23년 만에 모교를 찾아가 강연하게 된다. 그런데 한 학생이 이른바 '탈리아 사건'에 대해 알고 싶다며 보디에게 도움을 청한다.
보디의 친구였던 탈리아는 1995년 교내 수영장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됐다. 탈리아 사건은 피해자가 매우 예쁘고 부유하다는 이유로, 그리고 범인으로 지목돼 감옥에 간 오마르가 흑인이라서 누명을 썼다는 일각의 추측 때문에 화제가 됐다.
보디는 미스터리한 그 사건을 다시 파헤치는 과정에서 탈리아를 성적 대상으로 삼고 성희롱을 일삼던 주변 남성들의 만행을 떠올리게 된다.
저자 머카이는 2018년 발표한 '더 그레이트 빌리버스'(The Great Belivers)로 이듬해 퓰리처상 최종 후보로 올랐다. 그의 책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금가지. 504쪽.
▲ 나? = 페터 플람 지음. 이창남 옮김.
1차 세계대전 직후 생환한 병사가 서로 다른 두 자아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는 설정의 장편소설이다.
외과 의사 한스 슈테른은 베르됭 전투에서 생존해 가족이 있는 베를린으로 돌아오는데, 그의 몸에는 같은 전투에 참전했던 가난한 제빵사 빌헬름 베투흐의 자아가 공존한다.
한스는 어느 살인 사건을 심리하는 법정에 법의학자로 불려 가게 되고, 살인 혐의를 받는 피고인으로 빌헬름의 여동생이 출석한다. 모든 증거가 유죄를 향하는데도 한스가 무죄를 주장하고, 이 일로 한스는 큰 곤경에 빠진다.
이 소설은 "내가 아닙니다, 재판장님, 죽은 이가 나의 입으로 말합니다"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해 끝까지 한스 혹은 빌헬름인 한 사람의 독백으로 전개된다. 장(章)의 구분 없이 한 번의 호흡으로 서술돼 속도감을 더한다.
저자 페터 플람(1891∼1963)은 독일 출신의 유대인으로, 1934년부터 뉴욕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윌리엄 포크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찰리 채플린 등 저명한 인사들을 진료하거나 그들과 교류했다.
민음사. 208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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