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조각 제작된 '백남준 팩토리'…세종미술관 '로봇드림'전

V-아이디어, 선험적 - 인생은 태엽이 없다, 1984, 백남준,종이에 동판화, 29.7×37.5cm[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미국의 판화가 마크 팻츠폴(76)은 1981년 미국 신시내티에 '클레이 스트리트 프레스'(Clay Street Press)라는 판화 공방 겸 화랑을 열고 수많은 미술가와 협업했다.

그중에는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도 있었다. 백남준은 1983년 판화 제작을 위해 팻츠폴을 처음 만났고, 이후 팻츠폴은 수석 디자이너 겸 테크니션으로 백남준의 조력자로 활동하며 TV를 활용한 작품인 'TV 조각' 제작에 함께했다.

백남준과 팻츠폴의 협업을 조명하는 전시 '로봇드림: 백남준 팩토리 아카이브'전이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 2관에서 개막한다.

두 사람의 협업은 '백남준 팩토리'라고 불렸던 신시내티의 작업 공간을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전시는 백남준 작품에 쓰인 연구 스케치와 설치 도면, 사진을 오려 만든 목업(모형), 사진,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 300여점과 같은 시기 제작된 판화 20여점을 통해 둘의 협업과 백남준 작품의 제작 과정을 소개한다.

백남준과 마크 팻츠폴이 공동작업한 '보이스 보이스 스케치'(Sketch for Beuys Voice), 1990(왼쪽), '보이스 보이스'(Beuys Voice), 1990, 사진: 제임스 코핸 갤러리[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백남준과 팻츠폴이 협업한 첫 판화 모음집 'V-아이디어: 선험적'(V-IDEA: a priori'. 1984)과 백남준이 프랑스 혁명 200주년을 기념해 혁명가 8명을 8개의 TV 조각으로 형상화한 시리즈를 판화로 제작한 '진화, 혁명, 결의'(Evolution, Revolution, Resolution) 등이 전시된다.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 백남준 전문가들의 토크 콘서트가 네 차례 진행된다. 9일에는 백남준의 또 다른 기술 협업자였던 이정성 아트마스터 대표와 팻츠폴이 참여해 백남준과의 협업 과정, 작품 제작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4월 6일에는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인체 스케치와 백남준의 사이보그를 통해 르네상스와 21세기의 인간관을 이야기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백남준이 작품을 구상하고 그것이 실현되는 공간이었던 1980~90년대 '백남준 팩토리'를 재조명하고 그곳에 숨겨진 방대한 양의 자료를 선보이는 아카이브 형식의 전시"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4월 27일까지.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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