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4월의 꽃들은 타들어 가던 내 가슴에 기쁨과 희망을 꼬옥 안겨주고는 동트기 전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DMZ(비무장지대) 사진작가'로 유명한 최병관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을 누비며 찍고 쓴 299장의 꽃 사진과 148편의 시와 글을 엮어 사진 에세이집 '꽃 따라 세월 따라'(한울엠플러스)를 출간했다.
1996∼1998년 휴전선 155마일을 세 번이나 횡단하며 'DMZ 사진'을 찍어 세계적 명성을 얻은 최 작가는 디지털 보정 없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자연의 색채를 담아내는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글쓰기에도 소질이 있어 그가 2009년 발간한 동시집 '울지 마 꽃들아'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이번 책에서도 작가는 꽃을 주제로 한 사진과 글로 자연과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옮겨 놓았다. 2월의 복수초부터 12월의 눈 속 국화까지 계절의 흐름에 따라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기록했다.
꽃을 찍는 순간 느낀 감정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다. 봄날의 벚꽃을 찍으면서는 "4월은 온 천지가 꽃 세상이었다"고 감탄한다. 카메라를 살짝 흔들면서 촬영하는 기법으로 찍은 벚꽃 사진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옮겨 놓은 듯 오묘하다.
하늘을 향해 줄기를 곧게 뻗어서 꽃을 피우는 늦여름의 접시꽃에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투영했다. 밤사이 자란 꽃을 보고 "얼마나 그리웠으면 밤잠도 안 자고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며 꽃을 피울까? 그 곁에 장승이 되어 사랑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접시꽃을 알고 있을까"라고 노래한다.
작가에게 꽃은 단순한 기록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이 반영된 예술작품에 가깝다. 그런 까닭에 한겨울 빨갛게 익은 먼나무 열매를 보고선 "나는 저 새빨간 열매를 겨울꽃으로 생각하며 사진을 찍는다. 너무도 앙증맞고 예쁘기 때문이다. 사물을 어떻게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지 무엇이 중요한 게 아니다. 꽃으로 생각하면 꽃인 것이다"라고 읊는다.
꽃에서 인간의 희망, 사랑, 기다림, 그리움 같은 감정도 읽어낸다. 만개한 복사꽃에 "떨어져 죽는 그 순간까지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라는 애절한 사랑의 다짐을 붙여놓는다.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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