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한 청장 "ODA 최적 분야가 농업"…통일벼 기반 향기 쌀 현지서 인기
(전주=연합뉴스) 김성진 노재현 기자 =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은 4일 우리나라의 벼 종자 기술을 활용해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 극복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청장은 이날 전라북도 전주혁신도시의 농촌진흥청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의 쌀 생산을 지원하는 'K-라이스벨트' 사업과 관련해 "아프리카 기아 해소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과거 해외 원조로 식량을 수입했으나 1970년대 '녹색혁명'인 통일벼 개발로 식량 자급에 성공하면서 산업 발전으로 발돋움했다"라며 "아프리카 국가들도 식량 자급을 어느 정도 이루게 되면 쌀 수입에 써온 돈을 경제 발전 재원으로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K-라이스벨트는 아프리카에 다수확 벼 종자 생산·보급 및 재배 기술, 기계화 등을 지원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의 개발원조 사업이다.
참여국은 현재 세네갈, 감비아, 기니, 가나, 우간다, 카메룬, 케냐 등 7개국이며 올해 기니비사우, 코트디부아르, 시에라리온 등 3개국이 추가될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은 이 사업에서 아프리카 기후에 적응할 수 있는 벼 품종 개발, 종자 생산 기술 지원 등을 맡고 있다.
정부는 K-라이스벨트 사업을 통해 2027년부터 아프리카에서 1만톤(t)의 벼 우량종자를 생산·보급함으로써 매년 3천만명의 식량 공급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 등으로 식량난에 처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한국의 이런 노력은 커다란 힘이 될 전망이다.
아프리카는 도시화, 인구 증가 등의 영향으로 쌀 소비량이 매년 6%씩 늘고 있지만 쌀 자급률이 낮아 수입에 크게 의존한다.
한국의 농업 기술이 녹아든 벼 품종은 아프리카에서 인기가 매우 많다고 한다.
특히 '이스리즈 7'(태백벼)은 감비아 현지에서 향이 나는 쌀로 유명하고, 식감이 부드럽다. 또 다른 품종과 달리 밥이 식어도 딱딱하게 굳지 않아서 볶음밥 요리 등에 용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호해 일반 쌀보다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처럼 통일벼 품종 등을 기반으로 개량된 다수확 벼 품종 39개가 현재 세네갈을 비롯한 아프리카 11개국에 등록돼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K-라이스벨트 사업지의 평균 벼 생산량은 1헥타르(ha)당 3.7톤(t)으로 사업대상 아프리카 7개국 평균생산성(2.2톤/ha)보다 약 68% 높았다. 또 재배기간이 짧은 조생종으로 수확을 빨리하는 만큼 기후변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작년 6월 서울에서 열린 첫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의 협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권 청장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많은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오셨는데 한국과 농업협력을 많이 해달라는 게 그들의 주된 요청사항 중 하나였다"며 "대한민국은 공적개발원조(ODA)와 관련해 국격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하고 그 최적의 분야가 농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아 정상회의 이후 아프리카 농업 협력협의체 국가가 기존 23개국에다 추가로 14개국이 늘었다.
그는 그러면서 "아프리카가 국가들이 기아에서 벗어나는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이 발전된 농업기술로 큰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농촌진흥청은 벼뿐 아니라 오렌지 등 다른 작물을 통해서도 아프리카 농업을 모색해왔다.
우간다에 가뭄 극복 및 병해충 방제 기술 등을 지원해 오렌지 생산량을 대폭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농촌진흥청의 '우간다 오렌지 시범마을 사업'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미래 적합상'(Global Future Fit Award)을 수상했다.
한국의 아프리카 농업 협력이 더욱 빛을 내려면 단기 성과에 매달리기보다 긴 호흡이 중요하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농업 기술은 그 속성상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며 "아프리카 현지에서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해법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ungjin@yna.co.kr,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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