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장애 치료 현주소 통해 정책 개선 필요성 역설
“수면장애는 개인의 건강을 넘어 국가 경제에도 큰 손실을 미친다.”
대한민국 수면장애 치료의 현주소와 국가 지원의 필요성을 깊이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세계 수면의 날’이 있는 3월을 맞아 오늘(4일) 간담회를 열고 수면장애는 신체·정신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며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한 공공보건문제임을 역설했다.
■수면부족, 각종 질병위험↑생산성 50%↓
실제로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수면이 부족하면 건강은 물론 업무능력이 크게 떨어지며 이는 곧 국가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고에 따르면 7시간 미만의 수면은 감기 발병위험을 3배, 6시간 이하는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위험을 각각 48%, 15% 증가시키며 근력, 지구력, 반응시간 저하와 함께 인지기능 및 기분장애 등 다양한 건강문제를 야기한다.
또 수면부족으로 직원 생산성이 50% 이상 떨어지고 직원들의 병가 및 의료개입 증가로 의료비용이 상승한다. 특히 한국에서도 증가하고 있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약 11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고 보고됐다. 이 질환은 수면 중 상기도의 반복적인 폐쇄로 인해 호흡이 중단돼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킨다.
대한수면연구학회 부회장 주은연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는 “수면건강은 개인의 삶의 질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라며 “수면 건강 개선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수면부족국가…치료 비율도 저조
특히 우리나라는 수면부족국가라는 점에서 관심과 노력이 더욱 시급한 상황이다. 대한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2024 한국인의 수면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OECD 평균보다 18%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글로벌 수면 인식 설문조사, 2024 Garmin Connect 데이터, 2024 한국 웰니스 보고서, 그리고 2025 이케아 수면 보고서의 자료를 종합한 것이다.
한국인의 취침과 기상 시간은 각각 평균 오후 11시 3분과 오전 6시 6분으로 조사됐으며 수면의 질이나 양에 만족하는 비율은 글로벌 평균의 약 75% 수준에 그쳤다. 특히 매일 숙면을 취하는 비율은 7%로 글로벌 평균(13%)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체 응답자의 약 60%는 수면문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와도 일치하는 결과다. 수면장애 및 불면증으로 진료받는 환자는 2010년 약 27만8000명에서 최근 약 67만8000명으로 약 140% 증가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비율은 매우 저조했다. 응답자의 64%가 수면 문제와 관련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전문의 상담 경험은 25%에 그쳐 글로벌 평균(50%)의 절반 수준이었다.
스마트폰 앱, 웨어러블기기 등 디지털 보조장치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도 아니었다. 수면시간 부족 그룹의 49.5%, 수면 장애 그룹의 60.5%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으며 이로 인해 상당수가 이용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수면연구학회 김혜윤 홍보이사(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는 “수면교육은 물론 전문가에게 적극 상담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며 “디지털 보조장치 개발 시에는 사용자의 니즈를 먼저 정교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료 사각지대 놓인 수면장애도 주목해야
치료 문턱이 높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불면증, 하지불안증후군, 기면병, 렘수면행동장애 등은 최신 치료제가 도입되지 않거나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대한수면연구학회 홍보이사 전진선 교수(한림대강남성심병원 신경과)는 “글로벌 제약사의 코리아 패싱 현상으로 일부 치료제는 국내에서 아예 공급이 중단됐으며 기존 치료제조차 고비용으로 환자들이 충분히 치료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약 접근성 확대와 보험 적용 등 수면장애 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기면병의 경우 탈락발작에 효과적인 치료제 공급이 중단돼 환자들이 당장 큰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 탈력발작이란 신체 일부 근육에 힘이 빠져 쓰러지는 발작의 일종으로 기면병에 흔한 동반증상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직접 참석한 기면병환우협회 이한 회장은 “기면병은 단순히 졸린 병으로만 인식되고 있다”며 “사회적 편견 해소는 물론 약제 공급 중단 및 수입 어려움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대한수면연구학회 신원철 회장(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은 “수면장애는 조기진단·치료하면 다양한 질환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지만 방치하면 개인의 건강에 치명적이며 국가 경제에 미치는 손실도 상당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관리돼야 할 질환 중 수면장애도 필히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