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 체감온도 영하 3도에 이른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다소 얼어붙은 듯한 그라운드에선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프로축구 K리그1(1부) FC서울의 간판 스타 제시 린가드가 전반 25분 빠르게 방향 전환을 하다가 잔디에 축구화가 걸려 넘어진 후 발목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자칫 발목 골절 등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이었다.
서울과 김천 상무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경기 템포가 느린데다, 유효 슈팅도 좀처럼 보기 어려웠다. 이 경기에서 나온 유효 슈팅은 서울의 2개가 전부였다. 득점 없이 끝날 조짐이 보이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메웠던 관중 2만4889명 중 상당수는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0-0으로 경기가 종료된 후 기자회견장에선 잔디 상황에 대한 지적이 빗발쳤다. 잔디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정정용 김천 감독과 김기동 서울 감독은 모두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정용 감독은 "경기장 환경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팀의 게임 모델 중 하나가 후방 빌드업이다. 다이내믹하고 빠른 템포의 축구를 하고 싶었지만, (이런 잔디에선) 실수가 나올 수 밖에 없어 전략을 바꿨다"고 털어놨다. 김기동 감독은 "잔디 문제는 1라운드 때부터 나왔다. 서울월드컵경기장뿐 아니라 다른 곳도 리그가 일찍 시작돼 잔디가 얼어있는 곳이 있어 선수들이 다칠 상황이 생긴다"며 "잔디 훼손도 더 빠르다. 서울월드켭경기장 역시 잔디가 뿌리 내리지 못해 너무 패였다. 린가드도 혼자 뛰다가 발목을 접질렸다"고 전했다.
잔디 상태는 경기력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하면 일차적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급격한 방향 전환이 쉽지 않게 되고 스피드도 줄어든다. 착지한 공의 불규칙한 튀어 오름 등으로 패스 성공률도 떨어진다. 드리블에도 악영향을 줘 질 좋은 슈팅으로 이어지기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부상 위험이다.
김기동 감독은 "제반 시설이 잘 완비돼야 한다. 리그는 이미 시작했으니 잔디 관리에 신경을 써서 선수들이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미드필더 정승원 역시 “양쪽 발목이 돌아갔다. 크게 다치진 않았는데 잔디 상황을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는 자체가 아쉽다”며 “조금 더 신경을 써주시면 좋겠다”고 바랐다.
K리그는 2년 연속 유료 관중 300만명을 돌파하며 대흥행을 기록했다. 그러나 3일 현장에서 확인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황은 결코 흥행하는 리그의 모습이라 볼 수 없었다. K리그의 어두운 민낯이었다. 좋지 못한 잔디는 선수들의 부상을 야기하고 경기력을 떨어뜨리며 리그의 질적 하락을 초래한다. 그렇게 되면 팬들도 외면하는 리그가 된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도 “심각한 우려를 전한다. 국제대회에서 한국 클럽과 국가대표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경기 환경의 개선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관계 기간들의 시급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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