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대규모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비핵심 사업과 부동산 등 유휴 자산을 정리하며 실탄 확보에 나선 가운데, 이 같은 조치가 재무건전성 회복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27일 롯데지주를 포함해 롯데웰푸드, 롯데케미칼 등 5개 상장 계열사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 'IR(기업설명회) 데이' 행사를 열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외 총자산이 183조3000억원에 달하는 등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매출액은 80조1000억원으로 집계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79조9000억원) 수준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같은 기간 1조9000억원 줄어든 6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자산 재평가 결과도 공개했다. 호텔롯데는 보유 부동산 재평가 결과 자산이 8조3000억원 증가했으며, 롯데쇼핑도 8조7000억 원의 자산 증가 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12조6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 롯데물산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렸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조기 상환 부담(EOD·기한이익상실)에 직면하면서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롯데는 계열사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섰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실제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2023년 실적 악화로 2조원 이상의 회사채 상환 압박을 받으며 그룹 위기설의 중심에 섰다. 이에 따라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고, 각 계열사의 비핵심 사업과 유형자산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유동성 위기 대응책의 일환으로 롯데건설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부지를 포함한 약 1조원 규모 자산을 유통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등에 본사 부지 매각 및 자체 개발,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등 다양한 방안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 단지 사이에 위치한 롯데건설 본사 사옥은 자산 가치가 약 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롯데건설이 1980년부터 본사로 사용 중인 곳으로, 특히 주거시설로 개발 가능해 시행사 및 자산운용사 등의 관심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수도권 창고 자산 및 임대주택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 지분 매각도 함께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자산 유동화 전략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롯데건설은 약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롯데는 지난해 12월 렌터카 부문 계열사인 롯데렌탈을 약 1조6000억원에 사모펀드에 넘겼다. 롯데렌탈의 매각 대금은 100% 기준 2조8000억원으로, 거래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가지고 있는 롯데렌탈 지분 56.2%다.
롯데렌탈은 우수한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으나, 롯데는 렌탈업의 성격이 그룹의 성장 전략과 맞지 않는다며 매각을 결정했다. 롯데는 추후 그룹의 4대 신성장 동력 주축 중 하나인 모빌리티 분야를 전기차 충전과 자율주행 등 기술 기반 사업을 중심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롯데마트 수원영통점과 롯데슈퍼 여의점도 각각 870억원, 898억원에 매각했다. 신성장 동력 중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된 헬스케어는 청산했다.
지난 2월에는 롯데웰푸드 제빵사업부 증평공장을 신라명과에 매각했고,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현금인출기(ATM) 사업부를 매각해 600억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롯데백화점은 부산 센텀시티점의 매각도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자회사 LCPL의 보유지분 전량(75.01%)을 파키스탄계 사모펀드 투자회사 등에 979억원에 매각했다. 미수령 배당금 등을 합해 1275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호텔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호텔롯데는 최근 자사 소유 4성급 호텔인 L7과 롯데시티호텔 중 한 곳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구체적인 매각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매각가는 2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호텔 점포 매각을 비롯해 해외 부실 면세점 철수, 월드타워 내 호텔 영업면적 축소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신동빈 회장이 고강도 쇄신을 주문한 만큼 롯데의 뼈를 깎는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초 열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에서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라며 강력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신 회장은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 등을 강조하며, 기존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그룹 내 전 계열사가 사업 구조 개편 및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롯데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위기설이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계열사의 실적 부진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외부 변수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의 자산 매각 및 구조조정이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확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이 동반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핵심 사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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