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굴기가 거세지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 중심축인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구도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맹주인 엔비디아의 성장가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주요 공급처의 전략에 따라 향후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글로벌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산업 매출 규모가 오는 2028년까지 연 평균 9% 이상 성장세가 지속, 향후 5~6년 내 1조 달러(한화 약 1443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가우라브 굽타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최근 세미콘 기자간담회를 통해 “2030년이나 2031년에 세계 반도체 산업 매출이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GPU와 AI 프로세서가 성장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HBM 부문의 경우 전체 D램 시장 내 비중이 30%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 포스트AI 시대를 이끌 핵심제품으로 다시 한 번 발돋움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 또한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는 HBM3, HBM3E, 그리고 내년 출시 예정인 HBM4의 수요 증가로 2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글로벌 투자사 JP모건 역시 AI칩 시장 수요 확대로 HBM 부문의 성장을 예상했다. 생성형 AI 도입으로 신경망처리장치(NPU), 고성능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집약형 칩에 대한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시장 규모가 올해 380억 달러(한화 약 55조원)에서 내년 580억 달러(83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이란 관측이다.
주요 빅테크들의 수요 예측 전망에 대해서는 오는 2027년 전체 HBM 시장에서 엔비디아 구매 비중은 71%,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비중은 29%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비디아 외 HBM 시장에서 구글과 아마존이 수요의 각각 51%, 33%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목할 것은 AI 반도체 시장의 막대한 수요를 바탕으로 굴지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27일(한국시간)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달 26일 마감 기준 4분기 매출 393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 분기 대비 12%, 1년 전 대비 78% 증가한 수치다.
엔비디아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130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2.94달러에 달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7%나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전망치를 한참 웃돌았다. AI칩인 ‘블랙웰’ 출시를 기점으로 막대한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는 올해와 향후 전망 역시 상승세를 점쳤다. 이에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의 출시 시기를 2026년에서 내년 3분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제품에는 6세대 HBM(HBM4) 8개가 탑재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추론 AI가 또 다른 확장 법칙을 추가함에 따라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학습을 위한 컴퓨팅 증가는 모델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장기적 사고를 위한 컴퓨팅 증가는 답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있어 시장의 수요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엔비디아와 HBM 부문의 성장 전망이 더욱 확실시되면서 국내 대표 HBM 공급처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략도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대한 납품을 목표로 HBM4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루빈에는 HBM4 12개가 탑재돼 시장 주류 제품인 엔비디아 H100에 탑재되는 HBM3 6개와 비교해 칩이 2배인 탓에 수익성도 높다.
관건은 차세대 HBM 제품 공급 시점이다. 이에 따라 내년 실적은 물론 HBM 시장 내 판도까지 뒤집힐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사업 내 HBM 비중도 최대치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공급을 목표로 16단 HBM3E 개발에 착수했다. 내년 하반기까지 6세대 HBM4 12단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에 상승세가 점쳐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며 “HBM 시장의 경우 차세대 제품 개발 여부에 따라 판도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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