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현장.Plus] 상암벌이 파이고, 전주성이 무너졌다…잔디 문제 통합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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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현장.Plus] 상암벌이 파이고, 전주성이 무너졌다…잔디 문제 통합 컨트롤타워의 필요성

풋볼리스트 2025-03-04 06:30:00 신고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김희준 기자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김희준 기자

[풋볼리스트=서울] 김희준 기자=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김천상무 경기의 주인공은 린가드나 이동경이 아닌 잔디였다. 추위에 땅이 얼어 선수들이 뛰기만 해도 잔디가 푹 파였다. 선수들은 수시로 파인 잔디를 메꾸고 밟느라 경기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고, 잔디 때문에 린가드나 정승원처럼 발목을 살짝 삔 선수도 많았다. 공도 매끄럽게 굴러가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이 롱패스를 하거나 공을 띄우는 패스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기 막바지에는 야잔이 멀리 차기 위해 살짝 앞으로 보낸 공이 파인 잔디 때문에 통 튀어오르기도 했다.

그렇기에 양 팀 감독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이날 잔디 상태가 최악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정용 김천 감독은 “우리 팀이 원하는 게임 모델 중 한 가지는 후방 빌드업인데, 이런 잔디에서는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다이내믹하게 공을 전개하고 빠른 템포로 가져가고 싶은데 양 팀 다 쉽지 않았다”라며 축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잔디 문제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동 서울 감독 역시 “잔디 문제는 1라운드부터 나온 문제다. 상암뿐 아니라 리그가 일찍 시작하면서 날씨가 추워 모든 경기장이 얼어 부상 위협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잔디가 안 좋은 상태에서 경기를 하다 보니 훼손도 빠르다”라며 “잔디가 뿌리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뛰다 보니 잔디가 더 빨리 파인다. 린가드는 잔디가 밀려 발목을 접질렀다”라고 잔디 문제와 선수 부상 문제가 직결된다는 걸 강조했다.

손승범(왼쪽, FC서울), 박수일(김천상무)가 경합을 벌이자 잔디가 그대로 파이는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손승범(왼쪽, FC서울), 박수일(김천상무)가 경합을 벌이자 잔디가 그대로 파이는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상암벌이 파이고, 전주성이 무너졌다

대한축구협회는 3월 A매치 장소를 서울월드컵경기장 대신 고양종합운동장(오만전)과 수원월드컵경기장(요르단전)으로 결정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국제 경기를 치를 만한 상태가 아니라는 간접적인 메시지였다. 이처럼 서울월드컵경기장만 잔디 문제가 있는 거라면 서울 구단과 서울시설공단을 비판하면 그만이다. 그들에 해결책을 촉구하면 된다.

하지만 잔디 문제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모든 구단이 고민하는 난제다. 올해는 이른 시즌 개막으로 잔디 생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뛰다가 문제가 커졌다. 최근 전북현대는 잔디 문제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TWO(ACLT) 8강 1차전 홈경기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를 수 없게 됐다. AFC는 대체 구장을 요청했고, 전북은 클럽하우스 기준으로 직선거리만 140km 떨어진 용인미르스타디움을 대안으로 채택했다. 잔디 때문에 원정 같은 홈경기를 하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무더위로 인한 잔디 문제로 K리그 구단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광주FC는 지난해 10월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ACL 엘리트(ACLE)를 치를 수 없어 전북과 마찬가지로 용인미르스타디움까지 올라가서 경기를 뛰어야 했다. 울산HD도 같은 문제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을 쓸 수 없었는데, 가까운 울산종합운동장을 대안으로 삼아 광주에 비해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여러 구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잔디 문제가 발생했고, 특히 작년에는 기록적인 더위 등으로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들끓었다. A매치조차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옮겨야 했을 정도다. 잔디 문제에 일차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건 각 구단임이 분명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잔디 문제가 각 구단이 해결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섰을 수도 있다.

올드 트래퍼드의 잔디 조명
올드 트래퍼드의 잔디 조명

▲ 잔디 문제, 돈이면 해결 가능?

일각에서는 충분한 비용을 들이면 잔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견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쟁점을 흐리는 의견일 뿐이다. 막대한 돈이면 잔디 문제뿐 아니라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른바 ‘자본의 논리’에서 대표 근거로 거론되는 골프장 잔디는 축구장 잔디와 다른 점이 분명하다. 골프장은 채광과 통풍이 잘 되는 야외인 반면 축구장은 사위가 콘크리트로 막혀 채광과 통풍에 한계가 있는 환경이다. 각 스포츠에 맞는 최적의 잔디 조건도 길이, 품질, 땅의 굳기 등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결정적으로 축구장보다 많은 돈을 들여 관리하는 골프장 잔디도 지난해 무더운 날씨로 심각하게 훼손됐다. 전국 여러 골프장은 축구장과 같은 품종이자 한지형 잔디인 켄터키블루그라스를 주로 썼는데, 최근에는 심각한 여름 더위에 대비해 난지형 잔디인 중지로 갈아엎는 추세다.

또한 축구장 잔디 문제를 ‘경기장이 구단 소유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어도 곤란하다. 각 경기장을 구단이 소유하기 위해서는 경기장 구매 비용뿐 아니라 세금과 유지관리비용 등 매년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을 구단이 감내해야 한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나 토트넘홋스퍼처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경제적 빅클럽이 아닌 이상 굳이 경기장을 구단 소유로 돌리지 않는다. 이탈리아 세리에A처럼 아예 구단이 경기장을 소유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결국 잔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구단과 경기장을 관리하는 시설공단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충분한 자금이 추가된다면 물론 금상첨화다.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상기했듯 지난해에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축구장뿐 아니라 골프장도 심각한 잔디 문제를 겪었다. 잔디가 잘 관리되는 걸로 알려진 일반적인 유럽 국가나 일본보다 한국은 연교차가 심하다. 여름엔 35도를 넘는 습한 더위가 있고, 겨울엔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는 건조한 추위가 있다. 잔디가 자라기에는 극악의 환경이다. 즉 한국 축구장의 잔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 축구장을 단순 본보기로 삼는 걸 넘어 한국화 과정이 필수적이다.

▲ 축구장 잔디 관리, 이제는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그라운드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해 여름철 이상고온, 장마 등 K리그 경기장 잔디 피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했다. 잔디 관리자의 성실함이 강조되기도, 잔디 관리 비용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건 한국이 잔디 생육 환경에 있어 특수한 환경이라는 점이었다.

프로연맹이 해당 심포지엄을 개최한 건 축구장 잔디 문제가 각 구단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님을 방증한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잔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위 단체 차원에서 개선방안을 도출할 필요성을 프로연맹도 절감하고 있다.

현재 프로연맹은 ‘K리그 경기장 시설기준 가이드라인’을 통해 경기장에 필요한 잔디 규격과 관리 시스템 등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K리그 구단들의 잔디 상태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여기에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전국 잔디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 물론 현재도 각 시설공단이 마련한 매뉴얼이 있으며, 잔디 관리의 문제는 관리 비용이나 관리 인력난 등 다른 문제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각 구단과 시설공단이 논의하는 것보다 프로연맹 등 상위 기관에서 구단들과 협력하는 건 축구장 잔디 관리 해결에 속도를 낼 수 있게끔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이 특수한 환경에 놓인 만큼 한국형 매뉴얼을 집대성하는 것도 초기 비용만 감수하면 수십 년을 지탱할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현재 K리그의 또 다른 화두인 추춘제 전환도 잔디 문제 해결의 기점으로 삼을 수 있다. 춘추제에서 추춘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반 시즌을 쉬어야 하는데, 이 시기를 잔디 생육 및 관리 시설을 정비하는 시기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잔디 문제는 각 구단부터 대한축구협회까지 모든 주체가 협력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지금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건 축구장 잔디 문제가 한 경기장의 문제가 아닌 한국 축구 전반의 문제이며, 한국의 특수한 환경이 외국과는 다른 새로운 기준을 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 구장에 적용되는 시스템을 한 번 만들면 그것이 수십년에 걸쳐 한국 축구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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