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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회복세를 보이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3일(현지시간) 호흡 곤란을 다시 겪으며 인공호흡기 치료를 재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의사들은 2차례 내시경 검사를 통해 기관지 내 점액을 제거해야 했다.
교황청은 기관지 내 점액이 기존 폐렴에 따른 증상이며 새로운 박테리아균이 나타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치료를 받는 중에도 교황은 의식이 명확했고 방향 감각을 유지했으며 시술에 협조적이었다. 예후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의사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안정됐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일단 위기는 끝났다고 암시했다.
교황은 다균성 감염에 따른 호흡기 질환으로 지난달 14일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했다. 양쪽 폐에서 폐렴이 확인되는 등 상태가 계속 나빠져 2013년 3월 즉위 이래 최장기간 입원 중이다. 이날로 입원 18일째다.
시카고 노스웨스턴 의대의 존 콜먼 박사는 AP통신에 이번 증상은 과거 증상보다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의사들이 기관지에 내시경을 삽입해 인위적으로 가래와 점액을 제거해야 했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며 “왜냐하면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 신체가 스스로 이들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관지에 분비물이 축적됐다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를 배출할 만큼 기침할 근육이 없다는 신호라는 얘기다.
한편, 이런 와중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생명윤리학술기관인 생명학술원 연례총회에 보낸 메시지가 발표했다. ‘세상의 종말? 위기, 책임, 희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총회에서 교황은 “세상과 우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다시 살펴보아야 하며, 개인과 사회가 변화에 대해 가지는 깊이 뿌리박힌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과거 위기로부터 교훈을 얻고 이를 통해 의식과 사회적 관행을 변화시킬 기회를 놓쳤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기적이고 실용주의적인 논리와 지구적 규제 완화”를 따르는 경향을 비판하며, 이러한 흐름이 결국 “강자의 법칙”을 강요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법칙이 “인간성을 상실하게 만든다(dehumanizes)”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국제기구들이 세계가 직면한 위협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정 국가 및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근시안적 태도”로 약화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교황은 반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진화에 대한 이해가 희망의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희망이 우리의 여정을 지속시키고 “참된 삶을 향해 힘차게 나갈 수 있도록 영감을 준다”며 “복합적이고 전 지구적인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메시지는 2월 26일자로 작성됐으며 교황이 현재 입원 중인 제멜리 병원에서 서명한 것으로 돼 있다.
교황의 병세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교황청은 교황의 예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톨릭 교회의 임종 치료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무실을 운영하는 빈센조 파글리아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른 가톨릭 신도와 마찬가지로 교회의 가르침을 따를 것이라고 말해다.
가톨릭은 식물인간 상태를 포함한 만성질환 환자는 수분공급 및 영양공급과 같은 일반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불필요한 연명치료는 중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파글리아 대주교가 이끄는 생명윤리학술회 회의에서 “모든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치료법을 반드시 적용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러한 원칙을 통해 ‘과도한 치료 중단’이라는 도덕적으로 정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파글리아 대주교는 “오늘 교황께서는 말이 아닌 자신의 몸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우리가 모두 연약한 존재이며 따라서 서로 돌봐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계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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