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석의 시금석-오늘의 정책 이슈에서 내일의 황금을 캡니다.]
말 그대로 금값이 금값인 가운데, 금 투자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의 한 귀금속 매장. /사진=뉴스1
‘반짝이며 노란색을 띠는 전이원소. 원자번호 79번. 초신성 폭발로 생을 마감하면서 중원소들과 함께 탄생했다. 현재 인류가 캐낸 20만톤의 17만배에 가까운 약 350억톤이 지각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소기호 Au(라틴어 Aurum), 특히 요즘 들어 더욱 핫해졌다는 ‘금’에 대한 설명입니다. 금은 지금으로부터 6000년 전쯤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청동기 시대를 풍미한 구리 다음으로 인간이 가장 먼저 사용한 금속입니다. 금은 인류 역사에서 오랜 기간 재산의 비축 수단으로 쓰여왔습니다.
우리나라는 개항기인 1892년 은본위제를 도입한 뒤, 9년 만인 1901년 광무개혁으로 ‘금본위’ 제도를 채택했습니다. 국가의 통화체계에서 기준이 되는 화폐로서, 다른 화폐의 가치를 결정하고 상품 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의 지위까지 올라간 것입니다. 하지만 실재하는 물질이라는 한계와 함께 현대 신용화폐제도에 그 지위를 넘겨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화폐로서의 지위가 사라진 금에 사람들은 왜 열광할까요. 그것은 바로 인간의 귀금속에 대한 욕망 때문입니다. 여기에 자원으로서의 유한성에 몸값이 변함없이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낮은 가격 변동성으로 인한 안전자산으로의 가치는 여러 나라의 비축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 “금 가격 고평가 견해가 우세하다”라며 “향후 투기적 금 선물 매입 포지션이 청산되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라며 금 추가 매입에 신중한 자세를 나타냈다. /자료=한국은행 공식 블로그
세계금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104.4톤의 금을 보유해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38위를 차지했습니다. ▲2013년 말 세계 32위 ▲2018년 말 33위 ▲2021년 말 34위 ▲2022년 말 36위에서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3위)과 유럽중앙은행(ECB·13위)을 포함하면 40위까지 밀려납니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로, 상위 40위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이는 일본, 중국, 타이완(각 6%)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한은은 2013년 20톤의 금을 사들인 뒤, 지난해까지 11년째 총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3년 말 온스당 약 1200달러였던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달 6일 장중 2845.1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습니다.
금값이 11년간 240% 가까이 날아오를 때 한은은 왜 금을 사들이는 데 주저했을까요. 안전자산이라고 일컫지만, ‘가격 변동성’에 주목합니다. 최근 10년간(2014년 4월~지난해 3월) 금의 수익률은 5.7%로 주식(10.9%)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수익률 변동성은 주식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금값이 하락할 때 외환보유액도 크게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입니다.
국제 금 선물에 투자하는 ETF ‘TIGER 골드선물(H)’ 개요. /자료=한국거래소
앞서 한은은 지난해 4월 공식 SNS에서도 “금 가격 고평가 견해가 우세하다”라며 “향후 투기적 금 선물 매입 포지션이 청산되면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금값이 올해 하반기 온스당 3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UBS)이 나오는 가운데, 한은이 지나치게 안정성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한은은 금 추가 매입 여지를 열어놓고 있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 ‘외환보유액에서 금 비중이 너무 낮다’라는 지적에 “현재 외환보유고를 사용해야 하는 시기”라며 “환율 변동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안정된 시기가 됐을 때 전략 자산 배분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해 보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11년 동안 끄떡없던 중앙은행조차 금 추가 매입 가능성을 열어놓은 가운데, ‘미다스의 손’을 바라는 개인투자자들은 어디에 주목해야 할까요. 금융투자업계는 국내보다는 ‘국제 금’ 투자를 권합니다. 신한자산운용은 업계 최초로 금 투자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인 ‘SOL 골드커버드콜액티브’를 오는 11일 코스피시장에 선보입니다.
‘커버드콜 ETF’란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매도로 얻은 이익을 투자자에게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입니다. 국제 금 시세를 90% 수준으로 따르면서, 금 콜옵션을 매도해 연 4%의 옵션 프리미엄을 월 분배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국내 금 투자 ETF(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제외)는 3종이 출시된 상태입니다.
국내 금값과 국제 시세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KRX금시장을 통해 거래하는 것이 유리하다. /사진=한국거래소
국제 금 선물에 투자하는 ▲TIGER 골드선물(H) ▲KODEX 골드선물(H), 국내 금 가격을 따르는 ▲ACE KRX금현물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달 24일까지 ACE KRX금현물 1637억, KODEX 골드선물(H) 118억, TIGER 골드선물(H) 67억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우려에 금값이 오르면서 이들 3종의 가격도 올해만 10~13% 상승했습니다.
다만, 지난달 국내 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현물 가격과 국제 시세 괴리율이 20% 이상 벌어지는 ‘금(金)치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현물 ETF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단기 급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이유입니다. 만약 국내 금값과 국제 시세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KRX금시장을 통해 거래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증권사에 ‘금 계좌’를 개설하고 거래수수료(0.3% 안팎)만 부담하면 양도세와 부가세(10%) 면제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다만 변동성이 크고, 소액 단위로 실물을 인출하기 어렵습니다. KRX금시장에서 금을 빼려면 1kg(미니 금 투자 시 100g)을 사야 하는데, 현재 시세(2일 기준 g당 13만9030원)로는 최소 1억3900만원 이상은 구매해야 합니다.
금은 몸값만큼 ‘가짜의 역사’도 화려합니다. 구리나 값싼 금속에 금칠을 입혀 금화로 유통한 로마인은 순진할 정도입니다. 미국 골드러시 때 황철석(Fool’s Gold)을 구분 못 한 이들은 바보가 되기도 했습니다. 금을 시금석에 긁어서 생기는 선의 색깔로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가려냈던 이유입니다. 정직하고 건강한 투자의 시금석이 되겠습니다.
'더커넥트머니'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투자 판단에 대한 참고용입니다.
모든 투자 판단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Copyright ⓒ 더커넥트머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