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노라’는 3일(한국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여우주연상(미키 매디슨), 감독상(숀 베이커), 편집상, 각본상 등 5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오스카 6개 부문 후보 중 5개 부문의 수상을 석권한 것.
국내에서 지난해 11월 개봉한 ‘아노라’는 숀 베이커 감독의 8번째 장편 영화로, 뉴욕의 스트리퍼로 일하는 ‘아노라’가 철부지 러시아 재벌 2세 이반을 만나 충동적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이를 알게 된 이반의 부모가 보낸 하수인 3인방이 이들의 혼인무효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벌이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
‘아노라’는 이날 ‘컴플리트 언노운’, ‘콘클라베’, ‘브루탈리스트’, ‘서브스턴스’, ‘아임 스틸 히어’, ‘니켈 보이스’, ‘위키드’, ‘에밀리아 페레즈’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작품상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특히 ‘아노라’는 제작비 600만 달러의 할리우드 기준 저예산 독립 영화로 대형 배급사들의 주요 작품들을 제쳐 수상 결과가 더욱 뜻깊단 평가다.
‘아노라’의 제작자는 “우리는 이 영화를 600만 달러로 만들었다. 저흰 이걸 독립적으로 만들었다. 독립영화 제작하시는 분들, 앞으로도 계속 제작해달라. 독립영화가 이 세상에 더 필요하다. 지금의 결과가 바로 그 증거”라고 소감을 남겨 박수를 받았다.
|
숀 베이커 감독은 감독상 수상을 통해 극장 영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숀 베이커 감독은 “우리는 어디서 영화와 사랑에 빠졌을까. 영화관에서다. 극장에서 관객과 함께 영화보는 것은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세상이 분열돼있다 느낄 수 있는 지금 이 시대에 그 경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극장 경험은 위협받고 있다. 특히 독립영화관들을 더욱 어려움 겪고 있고 이를 지원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강조하며 “이것이 바로 저의 전투 외침이다. 영화 제작자들은 계속해 대형 스크린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데 나 역시 그럴 것이다.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영화관에서 장편 영화를 소개하면 차세대 영화애호가와 영화제작자를 양산할 거다. 마침 오늘이 내 어머니의 생일이기도. 엄마 생일 축하한다”고 덧붙여 기립박수를 이끌었다.
여우주연상 경합은 예상 밖의 수상 결과로 이어졌다.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SAG)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유력 후보로 예측됐던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가 오스카에선 ‘아노라’에 아쉽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아노라’로 수상한 미키 매디슨은 “할리우드는 항상 저에게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서니 너무 놀랍다”라며 “다시 한 번 성노동자 커뮤니티에 감사 인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그들을 계속 지지하며 동맹이 될 것이다. 그 커뮤니티에 만날 수 있든 놀라운 여성들은 놀라운 경험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고 수상의 영광을 성노동자들에게 돌려 눈길을 끌었다.
|
|
또 다른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던 남우주연상 부문은 ‘브루탈리스트’의 에드리언 브로디가 ‘컴플리트 언노운’의 티모시 샬라메를 제치고 트로피를 차지했다. 에드리언 브로디는 ‘피아니스트’로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이번 작품으로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품게 됐다. 에드리언 브로디는 이날 장문의 울림있는 수상 소감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브루탈리스트’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연기한 그는 “전쟁, 반유대주의, 혐오 등을 지켜보며. 더 건강하고 행복하며 더 포용적인 세상을 위해 기도한다. 또 과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증오를 방치하지 말라는 교훈이라고 믿는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
‘브루탈리스트’(감독 브래디 코베)는 이날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음악상, 촬영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주연인 트랜스젠더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인종차별, 혐오 발언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감독 자크 오디아르)가 여우주연상(조 샐다나), 주제가상을 수상했고, 뮤지컬 영화 ‘위키드’가 의상상과 미술상 등 2관왕을, ‘듄: 파트2’(감독 드니 빌뇌브)가 음향상과 시각효과상 2관왕을 견인했다. 유력 후보였던 ‘서브스턴스’은 오스카에선 분장상 1개의 트로피만 수상했다. 남우조연상은 ‘리얼 페인’의 키에라 컬킨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픽사, 드림웍스 등 대형스튜디오를 제치고 라트비아의 애니메이션인 ‘플로우’가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국제장편영화상은 브라질 영화 ‘아임 스틸 히어’가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은 화려한 축하 무대 공연도 눈길을 잡아끌었다. 특히 블랙핑크 리사가 K팝 가수 중에선 최초로 축하 무대 가수 자격으로 오스카 무대에 섰다. 리사는 이날 도자캣, 레이 등 팝가수들과 함께 영화 ‘007’ 시리즈를 향한 헌사의 의미로 OST곡 무대를 선보였다. 리사는 이날 ‘007’의 OST인 ‘리브 앤 렛 다이’(Live and Let Die)를 불러 객석의 기립박수와 환호성을 받았다.
한편 이날 시상식 진행은 미국의 인기 MC이자 코미디언인 코난 브라이언이 맡았다. 국내에선 채널 OCN이 TV 독점으로 시상식을 생중계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