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젤렌스키 충돌 후폭풍···미국 vs 유럽, 우크라 해법 ‘긴장 고조’

마크롱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 젤렌스키 대통령. [EPA 연합뉴스]

[직썰 / 곽한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이 공개적 충돌로 치달으며 국제사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유럽은 사태를 수습하고 독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며, 전후 안보 보장 문제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맡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의 군사 지원 지속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독립적인 외교 노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안보를 위한 유럽 주요 정상 회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우리는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프랑스와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방안을 마련해 미국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번 회의를 통해 유럽의 입장을 담은 합의를 도출, 미국이 유럽을 배제한 채 러시아와 추진 중인 종전 협상에 대한 균형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스타머 총리는 또한 우크라이나에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를 보호할 ‘의지의 연합’을 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다수 국가가 참여 의사를 표명했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영국과 함께 한 달간의 휴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또한 유럽 국가들에게 국내총생산(GDP)의 3~3.5% 수준으로 방위비를 증액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GDP 5% 수준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역시 이번 회의를 통해 “더 많은 국가가 방위비를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사진 찍는 정상들. [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이 독자적인 평화 협상 구상을 내놓고 있지만, 미국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및 러시아와 협상을 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 내에서도 ‘의지의 연합’에 대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독일, 스페인, 폴란드는 이번 유럽 주도의 협상 구상에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이 합의된 평화 협상안을 마련한다고 해도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러시아가 협상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이에 스타머 총리는 “협상 마지막에는 러시아가 관여할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가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러시아의 조건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유럽이 독자적으로 평화 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얼마나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유럽 내부에서도 입장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실질적인 협상 진행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