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에 만난 '파도 위의 군무'…서식지 갯바위 백화현상 위협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겨울의 끝자락 동해안 바닷가 갯바위에서 파도가 칠 때마다 가볍고 빠르게 '포르록 포르록' 날아오르며 마치 춤을 추는 듯한 도요새 무리를 만났다.
날아오른 도요새 무리는 파란 파도 위를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비행하는 모습은 마치 블랙이글스의 에어쇼처럼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강원 최북단인 고성의 한 바닷가.
윤슬이 아름다운 백사장 가까운 곳의 갯바위에서 세가락도요 10여 마리가 옹기종기 모여 먹이활동을 한다.
세가락도요들은 파도가 갯바위를 슬쩍슬쩍 넘어도 작은 갑각류나 물고기, 조개, 갯지렁이 등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다가 갑자기 높은 파도가 한순간 몰아치면 춤을 추듯 포르륵 날아올라 파도를 피하고는 다시 먹이를 찾는다.
세가락도요 무리는 다시 바위틈에 붙어 있는 해초류를 먹기 위해 파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다 높은 파도에 재빠르게 날아오른다.
세가락도요가 무리 지어 푸른 바다 위를 비행하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비행하던 도요새 무리가 가슴과 배를 보일 때면 흰색이, 순식간에 방향을 바꿔 등이 보일 때는 회색을 보여준다.
완벽한 흑백의 아름다운 조화이다.
마치 블랙이글스의 에어쇼처럼 감탄을 자아낸다.
세가락도요들은 종종걸음으로 갯바위를 이리저리 빠르게 옮겨 다니며 먹이활동을 하다 어느 순간 햇볕에 모여 갈매기 무리 사이에서 앙증맞은 모습으로 휴식을 취한다.
세가락도요는 몸길이 18∼20cm가량 매우 작은 도요새로 흰색의 갈매기 사이에 있으면 찾기 쉽지 않다.
세가락도요는 발가락이 3개인 것이 특징이다.
보통의 새들은 발가락이 4개이다.
흔히 바닷물과 육지의 경계선에서 파도를 피해 가며 먹이를 찾는다.
백사장과 가까운 곳에 여러 개의 갯바위가 있고 먹이가 풍부한 이곳 고성의 바닷가는 세가락도요가 무리를 지어 매년 겨울을 지내는 곳이다.
세가락도요와 흰줄박이오리, 흑기러기 등이 즐겨 찾는 이곳 바닷가도 백화현상으로 갯바위가 하얗게 변해 죽어가고 있다.
갯바위마다 해조류 등과 같은 바다생물이 사라지고 하얗게 죽은 모습이 늘어가고 있다.
강릉 강문해변에도 예전에는 세가락도요 무리가 자주 찾는 지역이었지만 몇 해 전부터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몇 년째 발길이 뚝 끊겼다.
강릉항 인근 하구에도 겨울철이면 많은 무리가 찾았으나 지형변화 등으로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역시 도요새들은 찾지 않는다.
겨울의 끝자락이자 봄의 길목인 동해안 고성의 바닷가에서는 요즘 귀향하려는 세가락도요의 에어쇼를 방불케 하는 자유로운 비행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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