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고선호 기자] 국내 IT업계가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비용 부담 등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속된 경영난 속 채용 시장에 한파가 찾아온 것은 물론, 오랜 사옥을 떠나거나 매각까지 하는 등 엔데믹 이후 심각한 하방국면을 맞았다.
2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IT 업계 전체 채용은 41.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디자인(-48.9%)과 기획(-53.7%) 직군은 절반에 달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개발 직군 역시 37.8% 감소해 전반적인 채용 시장이 축소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AI·데이터 직군의 감소폭은 22.1%로 상대적으로 완만했다. AI 개발자 채용은 유일하게 8.2% 증가했다. 이는 AI 및 데이터 기술의 중요성이 IT 채용 시장에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IT업계는 장기화된 실적 하락세와 전망 악화로 대대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태다.
먼저 KT는 지난해 말 직원 중 3분의 1 수준에 달하는 네트워크 관리 부문 직원 5700여 명을 재배치했다. 이에 자회사 KT OSP와 KT P&M을 설립해 망 유지보수·개통 관련 업무조직 이관했다. 네트워크 자회사로 전출을 원하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최대 4억원이 넘는 특별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긴축재정에 나섰다.
카카오도 자회사인 카카오스페이스, 카카오브레인, 다음글로벌홀딩스를 흡수 합병하면서 몸집을 줄였다. 동시에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세나테크놀로지 지분 매각, 카카오 헤어샵 매각 등 계열사 정리에 나섰다. 골프 손자회사 카카오VX의 경우 비핵심 사업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단순·물적 분할을 통해 4개의 자회사를 신설하며 대응에 나섰다. 작년 10월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엔씨큐에이(QA)·엔씨아이디에스(IDS)에 이은 추가 구조조정으로, 일부 개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을 축소하고,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일부 기업들은 사옥을 이전하거나 건물 자체를 매각하는 선택을 내리기도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기존 종로 센트로폴리스에 위치한 사옥을 판교 H스퀘어로 이전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과거 센트로폴리스 A·B동 5층과 6층을 통째로 임대하며 서울에서 가장 높은 임대료를 자랑하는 오피스 빌딩 1위에 등극한 바 있다.
엔씨소프트는 강남 사옥인 엔씨타워1을 매각한다. 엔씨타워1은 테헤란로 509에 위치한 지하 7층에서 지상 15층까지의 연면적 3만902.95㎡ 규모의 오피스 빌딩으로, 엔씨소프트는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시점부터 IT 기업들의 불황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사옥 이전 및 매각, 구조조정과 같은 긴축재정 조치가 현실화됐다”며 “다만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불확실성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실적 부문의 하락세가 길어지며 코로나19 시기부터 도입된 재택근무 방식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경쟁력 악화와 업무 생산성 부문에 대한 개선 의문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은 주 2회 자율적으로 결정해오던 재택근무를 오는 5월부터 주 1회로 축소한다. 당근은 단계적으로 주 5일 사무실 출근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지난 2020년 설립 당시부터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해 온 티맵모빌리티도 상반기 내 재택근무 정책을 종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IT업계 긴축재정 사태의 배경으로는 엔데믹 이후 직면한 성장 정체와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 그에 따른 IT수요 급감 등 안팎의 리스크가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비대면 수혜 효과가 사실상 ‘제로(0)’화되면서 관련된 서비스를 영위 중인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이밖에도 AI분야 투자 및 수요 확대에 따른 비중 축소, 막대한 인프라 투자 부담으로 인한 투자 감소 등 경영효율화를 피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에 대한 조정부터 사업 재편 등 IT분야의 혹한기는 아직 지속되는 중”이라며 “경기 침체 속 AI를 중심으로 신사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수익성과 효율성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저성장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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