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종전협상에서 두 대통령은 격렬한 설전을 벌였다. 포문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열었다. 그는 “푸틴은 25번이나 자신의 서명을 어겼다”라면서 “단순한 휴전 협상은 수용할 수 없다. 안전보장이 없으면 그것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푸틴은 살인자이자 테러리스트”라면서 “살인자와 우리 영토에 대해 어떤 양보도 해선 안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안전보장 문제 등을 거론하자 “당신은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당신은 스스로 그렇게 나쁜 위치에 있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평화협정을 거론하며 “당신은 그것(전쟁)에서 나올 좋은 기회”라면서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 카드도 없다. 협상하거나 아니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였고 얼굴도 붉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나는 카드놀이가 아니라 매우 진지하다”고 반박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무례하다”고 받아치는 등 양측은 심하게 충돌했다.
이를 보도한 외신들은 모두 믿을 수 없는 광경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쏟아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트럼프가 젤렌스키를 마치 ‘어프렌티스’(트럼프를 다룬 영화)에서 탈락한 출연자처럼 잘라버렸다”며 “백악관의 비밀 의제가 무엇이었든 간에, 결과는 술만 안 마셨을 뿐 취객들의 싸움과 닮았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외교적 용어로 표현하자면, 젤렌스키와 트럼프 사이에 벌어진 ‘고함 지르기 시합’은 최악 시나리오가 예견한 범위조차 벗어났다”며 “주먹을 휘두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비평했다.
미국 AP통신은 이번 사태 전개가 “경악스럽다”면서 “유럽과 세계 전체의 정세가 뒤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로이터 통신은 “재앙으로 끝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아예 끊어버릴 수도 있다고 위협함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을 맞았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목소리를 높이고 화내며 다투는 리얼리티 TV 생중계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현대에 들어서 미국 대통령과 외국 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이렇게 다투는 장면이 목격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사건에 대해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외교가 사망했다”며 미국 대통령이 이처럼 공개석상에서 대화 상대를 윽박지르고 질책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