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왜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는 뛰어난 골키퍼도 기량 하락을 겪고, 맨유를 떠나면 다시 살아나는 걸까? 대체로 합격점이었던 안드레 오나나가 다시 눈에 띄는 실수를 저지르기 시작하면서 되살아나는 의문이다.
맨유는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27라운드 현재 14위로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지만 그 책임을 오나나에게 돌리는 사람은 없다. 오나나는 현재 무실점 경기 횟수가 PL 모든 골키퍼 중 6위인 7경기다.
다만 오나나가 맨유 입성 초기에 종종 보여줬던 실점으로 직결되는 실수가 한동안 사라졌다가, 요즘 또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27라운드에 강등권 레스터시티에 힘겨운 3-2 승리를 거둔 경기도 그랬다. 파트리크 도르구의 백 패스가 나빴다고 볼 수도 있는데, 두 선수가 함께 저지른 실수였다. 어이없게 공을 흘리면서 전반 4분 만에 실점을 내주고 어려운 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에 대해 PL 미드필더 출신 해설가 로비 새비지는 “왜 오나나가 저 위치에서 튀어나오는지 알 수가 없다. 도르구가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문제가 없었다. 오나나가 거기까지 나와선 안 됐다. 오른발로 공을 받고 걷어내면 되는 상황이었다”라고 오나나의 잘못된 판단을 지적했다.
맨유 선배인 리오 퍼디난드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오나나는 그리로 접근할 필요가 없었다. 측면수비수가 완벽하게 통제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나나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서 뒤를 봐줘야만 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오나나의 불안한 수비는 맨유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조기 탈락한 원인으로 꼽혔다. 이번 시즌은 UEFA 유로파리그 빅토리아플젠, PL에서는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과 노팅엄포레스트 상대로 눈에 띄는 실수가 나오고 말았다.
맨유의 문제는 오나나가 이적해 오기 전까지 딱히 불안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 없다는 점이다. 오나나는 아약스의 특급 유망주였는데 금지성분 투약에 대한 혐의로 징계를 받아 경력이 한 번 꼬였다. 2022년 자유계약으로 인테르에 입성한 뒤 예상보다 빨리 자리 잡았고, 시즌 도중 주전 자리를 꿰차며 유럽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맨유가 오나나를 영입할 때만 해도 확실한 선수를 샀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오나나의 전임자인 다비드 데헤아가 갈수록 불안해지는 경기력 때문에 주전 자리를 잃고 자유계약으로 떠난 바 있는데, 이번 시즌 이탈리아의 피오렌티나에 입단하더니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보여주는 점도 흥미롭다. 맨유에 오면 못하고, 맨유를 떠나면 잘하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 업체 ‘OPTA’는 이번 시즌 오나나와 데헤아의 경기력을 비교했다. ‘BBC’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데헤아가 무실점 경기 비중이 더 많고, 실점은 더 적으며, 선방률이 더 높고, 실점으로 직결된 실책은 하나도 하지 않는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우월한 지표를 보여줬다. 패스를 오나나가 더 많이 하긴 했지만 성공률은 비슷하다.
‘BBC’는 맨유에서 실수를 저지른 골키퍼로 유명한 마시모 타이비에게 의견을 물었다. 타이비는 1999년 사우샘프턴을 상대하던 중 평범한 슛을 가랑이 사이로 빠뜨리는 ‘역대급’ 실책으로 ‘스포츠 황당 장면 모음’에 종종 등장하는 선수다. 알렉스 퍼거슨 당시 감독에게 호된 질책을 당하고 후보로 밀린 뒤 맨유를 곧 떠났다. 타이비는 오나나에게 “맨유의 잠재적인 환경은 오나나에게 그리 좋지 않다. 결혼생활이 이미 파탄났는데 억지로 이어가는 건 무의미한 법이다”라며 “내가 조언해도 된다면 오나나에게 이렇게 말하겠다. 당신은 유럽 최고 골키퍼지만 PL에서는 부진하다. 비판을 듣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리셋 버튼을 누르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6월까지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떠나라”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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