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마인츠05를 승격으로 이끈 영웅이었던 위르겐 클롭은 이제 마인츠에서 타락한 인물로 받아들여진다.
27일(한국시간) 로이터 통신 등 해외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슈로브타이드 카니발(참회절 축제,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 전 3일 동안 열린다) 기간 마인츠 길거리 퍼레이드에 전시될 조형물 중 전 마인츠 감독인 클롭을 조롱하는 조형물도 확인됐다. 마인츠는 해당 카니발과 포도주 축제로 독일 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지역이다.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해맑은 미소를 한 클롭은 에너지 드링크를 손에 들고 유로화 문양이 새겨진 모자를 썼다. 등에는 지폐로 만든 날개를 달고 있다. 이 조형물의 이름은 ‘날개를 달아요’이며, 설명란에는 “클롭에게 무형의 가치는 더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적혀있다. 올해부터 레드불 그룹의 글로벌 축구 디렉터로 부임한 클롭이 돈만 좇는 사람이라는 걸 풍자한 조형물임을 알 수 있다.
클롭이 과거 노동자 계층을 대표하는 축구인이었음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일이다. 클롭은 마인츠, 보루시아도르트문트, 리버풀 등 지역 노동자들과 어우러진 구단들을 감독하며 명성을 떨쳤다. 리버풀 부임 이후에는 그런 요소가 팀을 결정한 요인이 됐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동시에 사회 문제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축구의 자본주의화를 경계하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클롭이 레드불 그룹의 일원이 됐을 때 특히 독일 현지의 반발이 심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그 어떤 리그보다 지역과 유착 관계를 중시하며, 웬만해서는 기업 구단이 발을 들일 수조차 없다. 예외를 인정받은 두 구단 중 바이어04레버쿠젠은 제약회사 바이엘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고, 볼프스부르크는 아예 폭스바겐 노동자들이 모여 시작한 구단이다. 반면 라이프치히를 소유한 레드불 그룹은 라이프치히와 관계성이 무관하며, 편법으로 빠르게 분데스리가까지 올라와 독일 축구계의 공공의 적과 같은 존재다.
누구보다 독일 축구 생리를 잘 아는 클롭이 레드불 그룹에 부임한 게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던 이유다. 현지 팬들은 물론 도르트문트 시절 애제자였던 케빈 그로스크로이츠도 “더 이상 클롭을 도르트문트 응원석에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마인츠 팬들도 자신들에게 첫 분데스리가 승격을 안긴 클롭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
이번에 공개된 클롭의 조형물은 독일인들이 지금의 클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기본적인 모양새도 그렇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주동자인 블라디미르 푸틴과 나란히 놓였다는 점에서 클롭의 추락한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사진= 로이터 통신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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