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자유 침해" 명분으로 EU의 콘텐츠 규제법규 등에 '태클'
"바이든 행정부 방조·교사 실태도 조사할 것"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콘텐츠 검열에 대한 '외국 정부들의 영향'을 조사하겠다며 8개 테크 대기업에 자료제출 명령장(subpoena)을 발송했다.
이는 테크 기업들이 유럽 등의 현지 법규를 준수하기 위한 '콘텐츠 조정'을 명분으로 극단주의 등 논란이 있는 콘텐츠의 노출을 억제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 침해로 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정치인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AFP 통신에 따르면 짐 조던(공화·오하이오) 하원 법사위원장은 이번 주에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럼블, 틱톡, X 등 8개 기업의 수장들에게 "미국인들의 시민적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며 자료제출 명령장을 보냈다.
제출을 요구한 자료는 "외국의 검열 법규 규정, 사법 명령, 또는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다른 노력들"에 관해 각 회사가 외국 정부들과 주고받았던 소통 내용이다.
자료제출 명령을 통보하는 서한에는 "미국 의회와 특정한 외국 정부들 사이에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관해 근본적 이견이 있다"는 설명이 포함됐다.
법사위는 미국인들이 미국에서 합법인 내용의 콘텐츠에 접근할 기회가 제한당했다며 이런 기회를 "외국 정부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리고 어느 정도로 제한했는지" 파악해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외국 정부들의 이런 시도를 '방조하고 교사'했는지 여부와 실태도 조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권 실세'로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주도 중인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은 지난달 25일 독일의 극우정당 '독일대안당'(AfD) 유세에서 화상으로 연설하며 독일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달 14일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유럽 전역에서 언론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며 유럽 동맹국들을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유럽은 그들의 훌륭한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잃고 있다"며 밴스 부통령의 발언에 동의했다.
법사위가 이번 조사를 벌이는 배경에는 유럽연합(EU)의 인터넷 서비스 관련 규제에 반발하는 미국 테크 대기업들의 불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료제출명령 서한에는 EU의 DSA, 영국의 '온라인서비스법'(OSA), 그리고 불법 콘텐츠와 혐오 발언을 억제하기 위한 브라질과 호주의 규제 등이 거론돼 있다.
미국 테크 대기업들은 유럽연합(EU)이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디지털시장법'(DMA)과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규제를 위해 입법한 '디지털서비스법'(DSA)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의회 역시 자국 테크 기업들의 편을 들어 EU 등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solatido@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