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구씨 작가]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생활도 변했다.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된 2년 새에 옷을 사는 횟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아르바이트를 종종 한다. 정말 단순히 돈을 벌고자 하는 것들이다. 가끔 들어오는 비정기적인 외주는 절대 작업실 월세와 교통비 그리고 커피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
과거랑 비교했을 때 많은 것들이 달라졌고 과거의 나의 구매기준들과 다른 모습에 스스로가 어이가 없는 순간도 종종 있다. 과거에는 한 달에 한 번 월급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보상이라고 생각하며 한 달에 한 번 이상 지출을 했다. 계절에 맞는 옷이나 마음에 드는 향수 같은 것들을 큰맘 먹고 구매했다. 옷장과 서랍이 꽉꽉 찼는데도 ‘입을 것이 정말 없다’는 생각을 하며 옷을 또 샀고 택을 안 뗀 옷들도 많았다.
지금은 잠옷 반 외출복 반의 비율을 유지하며 서랍은 빨랫감이 많아지면 종종 텅 비기도 한다. 이제야 이게 내 공간에 맞는 정도의 양이구나 싶다.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면서 조금은 여유로운 공간에 마음이 편하다. 이런 내 상황에 철이 든 것인지 돈이 없는 것인지 헷갈리지만 나쁘지 않다는 생각해본다.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는 꽤 단단해졌다. 굳은살처럼 억센 느낌이 아니라 살만 있던 몸에 드디어 뼈가 생긴 것 같다. 생에 처음 시작했던 아르바이트는 입시 미술 학원 강사였다. 그 당시 시급보다 높은 시급으로 일을 하였고 일수도 꽤 많아 방학 기간에는 일반 회사원보다 많이 벌기도 했다. 경제 관념이 없던 때라 쉽게 번 돈들은 쉽게 사라졌다. 돈이 있다고 해도 그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랐다. 지금 생각해도 아쉽고 아깝다.
그 이후에는 힘든 알바를 찾아했다. 입시 미술 강사도 스스로 힘들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랜차이즈 뷔페식당에서 주방보조를 지원하였고 새벽에 출근하여 10kg의 쌀 두 포대는 씻었다. 한 달 반 만에 못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왔다. 그 이후에는 편의점, 호프집, 식당, 카페, 공장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겠다는 마음 반 호기심 반으로 티끌을 모았다.
돈을 버는 것과 별개로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고객과 손님으로서의 도리를 일깨워 주는 시간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생각해 보는 것처럼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쓸모없는 친절 등을 알게 되었다. 카페나 식당에 들어설 때 더러운 발을 털고 들어가는 매너와 식당에서 밥을 먹고 괜히 합친다고 식기 안에 쓰레기를 넣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은 아주 단순하고 쉬운 규칙들이 엉키면서 일이 늘어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다.
작업을 하면서도 아직도 종종 아르바이트를 한다. 디자인 외주와 같은 일들도 있지만 급할 때는 단기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는다. 운이 좋으면 아는 기획자의 전시에서 따뜻하고 편하게 지킴이를 하기도 하지만 8시간 동안 서서 옮기고 쓸고 닦는 일도 단기라면 이제는 꽤 할만하다. 가끔은 작업을 위해서 지속해야 하는 아르바이트가 너무나 무섭지만 이게 아니면 무슨 방법이 있나 싶다. 그래서 다른 예술인들은 다들 어떻게 먹고 사는지 항상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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