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의 결정 이후 최 대행 측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마 후보자 임명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헌재 결정을 두고 “헌재가 다수당의 의회독재를 용인한 꼴”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헌재 “崔, 재판관 공백 해소해 헌재 완성할 의무 있다”
헌재가 27일 최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최 대행이 헌법재판관 공백을 해소해 헌재의 심판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할 헌법상 의무를 지닌다고 판단했으나 권한 침해는 인용하되 지위 확인 등 나머지 청구에 대해선 각하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10월17일 이종석 전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전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두 달 넘게 6인 체제로 운영됐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12월 재판관 후보자 3인을 선출하고, 임명동의안을 의결했으나 최 대행은 마 후보자에 대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임명을 보류했다. 우 의장은 “형식적 임명권만 가진 최 대행이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임명을 거부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헌재는 ‘재판관 후보자에게 법률상 하자가 없다면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최 대행은) 청구인이 재판관으로 선출한 3인이 헌법과 헌재법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그 선출 과정에 의회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 및 국회법 등 법률을 위반한 하자가 없는 이상 이들을 재판관으로 임명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를 해소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에 대해선 “헌재가 중립적 지위에서 헌법재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헌법상 의무”라고 규정했다.
또한 헌재는 ‘마 후보자에 대한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최 대행 측 주장에 대해 “입증할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최 대행 측이 우 의장이 국회 본회의 의결 없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부적법하다고 주장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상목 “선고문 잘 살펴볼 것” vs 우원식 “조속히 임명해야”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정치권의 관심은 최 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시기에 쏠리고 있다. 최 대행 측은 헌재 결정이 나온 뒤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헌재 선고문을 잘 살펴볼 것”이라고만 밝힌 상태다. 헌재가 최 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결정했지만 그 임명 시기나 기한 등은 결정문에는 없다.
한편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 대행을 향해 “임명 절차를 조속히 진행해 헌재 9인 체제의 복원을 매듭짓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헌재 판결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는 것은 국회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라고 강조했다.
尹 “정치적 의사 표현” 국힘 “'헌재다움' 포기 한 것”
헌재가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고 결정하자 정치권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며 반발했으며, 국민의힘은 "헌재가 다수당의 의회 독재를 용인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의견문을 통해 "여야 합의에 의한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관행을 무시하고, 국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국회의장 독단의 권한쟁의 청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국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재판소의 억지 정원 채우기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국민이 헌법재판소를 신뢰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스스로 정치적 셈법과 꼼수를 계속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헌법재판소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날 헌재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헌재가 헌법재판관 임명에 관한 국회의 오랜 관행, 헌법적 관습을 전혀 판단하지 않고 형식적인 다수결의 원리만 인용한 것은 '헌재다움'을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최 대행을 향해 "여야의 합의가 있지 않은 경우 마 후보자를 임명하면 안 된다"며 "헌재의 결정에 의해서라도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 임명을 강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헌재 결정 직후 서울 서초구 청계재단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 오랜 관행이 헌법재판관은 여야 합의로 추천하는 것이었는데, 마 후보자의 경우 민주당이 단독으로 추천했다"며 "임명이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헌법에 충실한 결정…조속히 임명해야”
민주당은 헌재의 결정을 환영하며 최 대행에게 마 후보자의 즉시 임명을 촉구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며 헌법에 충실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회의 적법한 권한을 무시하며 삼권분립 체제를 흔들었던 한덕수, 최상목 대행은 국회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스스로 국회의 권위와 권한을 실추시킨 국민의힘도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았던 김한규 의원은 페이스북에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전혀 없는 헌법 조항을 권한쟁의심판까지 해서 결국 당연한 답을 받아냈다"라고 지적했으며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페이스북에 "최 권한대행은 지금까지의 위헌 위법행위에 대해 국민 앞에 속죄하고 헌법재판소법 제66조, 제67조에 따라 조속히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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