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테현 대형 산불 비상
강풍 타고 번지는 불길…진화 헬기도 발 묶여
주민 수백 명 대피소 생활…재해구조법 발동
극심한 건조·적설 부족…잇단 산불에 진화당국 ‘초긴장
[포인트경제] 일본 혼슈 북동부에 위치한 이와테현(岩手県)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큰 혼란과 불안을 겪고 있다. 특히 이와테현 오후나도시(大船渡市)를 중심으로 번진 불길은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어, 주택 수십 채가 전소되고 수천 명이 대피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예년 같았으면 눈이 쌓여 있어 산불 위험이 낮을 시기지만, 올해는 태평양 연안 지역에 눈이 거의 내리지 않고 건조주의보까지 겹치면서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산불…주택 최소 10채 피해/NHK 27일 보도분 캡쳐(포인트경제)
이번 산불은 지난 26일 낮 1시께 오후나도시 아카사키초(赤崎町) 인근에서 처음 발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길은 불과 몇 시간 만에 600헥타르(㏊)가 넘는 면적을 태웠고, 소방과 자위대가 긴급 투입되어 진화에 나섰으나 강풍으로 인해 초기에 불길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그 결과 주변 주택 80채 이상이 불타거나 손상됐고, 800여 세대 2000여 명이 대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현 당국과 오후나도시는 화재 직후 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해 주민 대피와 피해 복구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화마가 완전히 진정되지 않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이번 화재는 특히 강풍의 영향이 컸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18m를 넘나드는 강한 바람이 불길을 여러 지역으로 확산시켰다. 소방 헬리콥터도 밝이 묶여 27일 오전에야 본격적으로 공중 지원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험준한 지형과 돌풍으로 불길 진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현지 경찰과 소방당국은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지역의 주택·인명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데 주력 중이다. 다행히 27일 정오 무렵까지 공식적으로 보고된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화재 발발 당시 대피를 미처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오후나도시 측은 주민 명부를 바탕으로 대피소 상황을 확인하고, 소셜미디어(SNS)나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연락이 닿지 않는 주민이 있는지 집중 점검하고 있다.
피난민 상당수는 가까운 초등학교·공민관 등지에 마련된 대피소로 모였으나 한 대피소에 5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몰려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극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테현에서는 지난 18일부터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로, 실제 이번 달 강수량이 예년의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산림종합연구원 관계자는 “산지에 눈이 쌓여 있으면 산불 가능성이 크게 줄지만, 올해는 태평양 연안 지역에 눈이 거의 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테현은 화재가 확산되자 ‘재해구조법’ 적용을 결정하고, 국비 및 광역 지방자치단체 재원을 활용해 긴급한 구호와 복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피소 설치·운영, 물과 식량 제공, 장애물 제거 등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피해 주민들이 임시로 거주할 응급 가설주택을 준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또 화재로 인한 정전 피해나 통신 장애가 발생한 지역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선·통신 설비 복구를 위한 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되고 있다.
주민들의 일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산리쿠 지역 일부 초·중학교는 학생 안전을 위해 휴교를 결정했고, 인근 철도 노선인 산리쿠철도도 운행을 중단했다. 산리쿠철도 측은 당분간 해당 구간에 임시 버스를 투입할 방침이지만, 산불 상황에 따라 운행 정상화 시점은 불투명하다. 몇 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이번 피해가 너무 크다. 빨리 불이 꺼져서 다시 일상을 되찾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와테 오후나도의 화재발생 지역/NHK 27일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일본 언론들은 이와테현의 대형 산불이 이미 한 차례 진화된 산불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9일 현 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25일에야 진압됐다. 이번에는 오후나도시를 중심으로 더 큰 불이 번져 집과 농경지, 산림이 대규모로 훼손되는 등 피해가 더 커졌다. 주민 다수는 “또 불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규모가 클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기상청은 이와테현 연안부 지역에 앞으로도 비 예보가 뚜렷하게 잡히지 않아 한동안 건조주의보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르면 3월 초나 되어야 약한 비 소식이 예보되는데, 그 전까지는 작은 불씨라도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 당국은 “집 주변 낙엽 처리와 쓰레기 소각, 바비큐 등 불씨 취급 시 각별히 조심해 달라”며 재차 경고했다.
구조 당국은 “강풍이 잦아드는 대로 가능한 모든 지역에 헬기와 인력을 투입해 불길을 막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산세가 깊고 도로가 협소해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한 지역에는 이례적 폭설이, 다른 지역에는 극심한 건조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재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주민들은 “이와테현 어디서 또 산불이 날지 몰라 불안하다”며 “가능한 한 빨리 모든 불길을 잡고 삶을 재건할 수 있길 바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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