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이동하자 프랑스 니치향수(특정 취향의 향수) 브랜드 ‘딥티크’와 영국 향수 브랜드 ‘크리드’의 아기자기한 팝업스토어가 눈길을 끌었다. 최근 MZ고객층에 인기 많은 니치향수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내세운 모습이다. 이를 시작으로 패션과 뷰티(화장품)에 특화된 면세 매장들이 집약돼 있었다. 이곳은 인천공항 2터미널내 최대 면세 사업자 신세계면세점이 최근 조성한 ‘신세계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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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형 동선에 뷰티·패션 차별화도 눈길
27일 방문한 인천공항 2터미널 신세계존은 기존 공항 면세점과 달리, 여러모로 차별화를 꾀하려는 모습들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기존 공항 면세점들이 명품 등에만 의존해 비슷한 상품과 구조를 보여줬다면 신세계존은 뷰티·패션에 특화한 상품기획(MD), 기존 면세점에 없던 브랜드 발굴에 힘을 준 모습이다. 더불어 소비자들이 느낄 ‘공간 경험’에도 신경을 썼다.
실제 뷰티 매장만 하더라도 스킨케어, 색조·향수 등을 2곳으로 나눠 구성, 소비자들의 쇼핑 편의성을 높였다. 인상 깊었던 건 매장내 동선 구조였다. 기존 공항 면세점들은 자로 잰 듯하게 반듯한 통로와 매장 구성으로 소비자들이 머무는 시간이 적었다. 하지만 신세계존은 이를 곡선형으로 배치했다. 면세구역 서편에 있던 타 면세점과 비교해보니 확실히 이동시 경험할 수 있는 매장들이 더 많았다.
MD 측면에서도 차별점이 보였다. 색조·향수 매장에 들어가 보니 아르헨티나 향수 브랜드 ‘푸에귀아 1833’ 등 새로운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기존 면세매장에서 볼 수 없던 K뷰티 브랜드도 중앙에 배치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수 강민경이 론칭한 뷰티 브랜드 ‘포트레’, 국내 비건뷰티 브랜드 ‘토코보’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면세점에서만 볼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K뷰티 브랜드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데 포트레만 하더라도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신세계면세점에 입점한 것”이라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최근 인기가 있는 K뷰티 브랜드를 적극 제안하기 위해 매장 구성에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패션·뷰티에 힘을 준 모습이지만 식품·주류 매장에도 차별화를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K디저트 브랜드 ‘골든피스’, ‘하트티라미수’를 매장 전면에 배치해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쏠리게 했다. 매장 관계자는 “대만, 일본 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아 재고가 많이 부족할 정도”라며 “하루에 100개 이상씩은 판매된다”고 말했다.
주류 매장은 공항 최초 곤돌라형 와인 코너를 만드는 동시에 매장 외부에 와인을 상징하는 보라색을 곁들여 시각적으로 차별화를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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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진 속 면세산업, 자구책 모색하는 업체들
신세계면세점이 이처럼 오프라인 경험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 최근 위축되고 있는 국내 면세산업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신세계면세점(-359억원)을 비롯해 신라면세점(-697억원), 현대백화점면세점(-288억원)은 지난해 모두 영업손실을 봤다. 롯데면세점도 1000억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이후 중국에서 단체관광객이 급속도로 줄은데다 최근엔 환율까지 높아져 면세 혜택에 대한 이점이 사라지면서 산업 전반이 위축된 상황이다.
때문에 국내 면세점들은 지난해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등 군살빼기에 나서는 한편, 사업 전반의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과감하게 공항 면세점까지 철수한 롯데면세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면세점은 오프라인 면세 매장을 단순 구매 목적이 아닌, 경험 중심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과거처럼 명품 브랜드 입점만으로 생존하기엔 쉽지 않은 환경인 만큼 소비자들에게 참신함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데 매장 구성과 MD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고환율 장기화, 높은 공항 임대료 등 외부 환경 요소가 바뀌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엔 공항내 출국 수속 시간이 늘어지면서 면세점 사업자들의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위기를 겪으면서 면세점들도 차별화 상품과 공간 혁신 등으로 자구책을 모색,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라면서도 “우선 고환율과 고물가 등이 주된 업황 부진의 이유인 만큼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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