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이르면 오는 5월 한한령 해제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통, 관광, 뷰티 업계에 희망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2016년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시행된 한한령이 약 8년 만에 해제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관련된 주요 기업들이 중국 시장 재진출과 실적 개선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드러내고 있다.
한한령으로 인한 피해는 상당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의 2017년 추산에 따르면 한한령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연간 피해액은 약 2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장품, 관광,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화장품 산업의 경우, 아모레퍼시픽은 한한령이 본격화한 2017년 영업이익이 약 30% 감소했다. LG생활건강도 2023년 중국 내 매출이 75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6% 감소했다. 이에 따라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 다변화에 주력해왔다.
관광 산업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2016년 800만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한한령 이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2019년 600만명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은 2022년 20만명으로 급감했다. 한국은행은 중국 관광객 100만명 증가시 한국 경제성장률이 0.08%p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영향을 받았지만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3년 중국 음반 수출액은 76.4% 증가했으며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 4사의 해외 매출 비중은 약 50%에 달한다.
한한령 해제 가능성에 따라 관련 업계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면세업계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재유입으로 인한 매출 증대를 예상하고 있으며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도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증가에 대한 활기찬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도 한한령 해제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경우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2017년 전체 수출액의 50%를 중국에 수출하는 등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업계는 한류 콘텐츠의 확산과 함께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와 함께 신중한 접근도 강조하고 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실현되지 않았던 경험 때문이다. 또한 중국 내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등으로 인해 과거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중 갈등 심화와 국제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중국은 최근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동맹국들을 포섭하려는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로 인해 중국 GDP 성장률이 4.5%에서 5.0%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한국 경제성장률도 0.1%p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한령 해제가 된다면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고 문화 교류 활성화 등으로 국내 화장품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한한령 해제 외에 중국 내 경기 회복 등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연성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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