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 25% 관세 부과 예고에 “단호하고 즉각적 대응할 것”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건물. [AFP 연합뉴스]

[직썰 / 김봉연 기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부당한 무역 장벽에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내각 회의에서 EU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결정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결정을 내렸다. 곧 발표할 것이며, 일반적으로 25%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조치는 자동차와 모든 것들에 대한 것”이라며 자동차 산업을 포함한 광범위한 유럽산 제품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EU 간의 무역 불균형을 지적하며 “EU는 미국을 망치기 위해 형성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대EU 무역적자가 3000억달러(약 430조원)에 달한다고 강조하며 EU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했다.

◇EU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방해하면 강경 대응”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EU 집행위원회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로프 질(Elof Gill) EU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EU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가로막는 부당한 장벽에 대해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합법적이고 비차별적인 정책에 도전하기 위해 관세가 사용되는 경우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U는 언제나 유럽 기업, 근로자 및 소비자를 부당한 관세로부터 보호할 것”이라며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EU 집행위는 또한 미국과의 무역 관계가 상호 이익이 되는 구조임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질 대변인은 “유럽연합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자유시장으로, 이는 미국에도 요긴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EU는 단일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무역을 촉진하고, 미국 수출업체들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27개국의 표준과 규정을 조화시켰다. 그 결과, 유럽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매우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EU 무역 전쟁 본격화하나

EU 집행위는 미국과의 대화를 지속할 의사를 밝히면서도,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질 대변인은 “유럽은 대화, 개방성, 호혜성을 지지하며, 규칙을 준수하는 한 파트너십을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또한 모든 면에서 우리 소비자와 기업을 보호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25% 관세를 강행할 경우, EU도 보복 관세를 포함한 다양한 대응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을 때, EU는 미국산 제품(버번위스키, 오토바이, 농산물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미-EU 간 연간 1조5000억달러(약 2150조원) 규모의 교역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생산·판매하는 미국 기업들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하면, 미-EU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EU의 대응과 양측 간 협상 여부에 따라 글로벌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