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차질...中·日 ‘샌드위치’ 위기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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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차질...中·日 ‘샌드위치’ 위기론 부상

한스경제 2025-02-27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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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건조를 마친 중국 최초의 자국 건조 쇄빙연구선 ‘쉐룽(Xuelong) 2호’/ 글로벌타임즈
2019년 건조를 마친 중국 최초의 자국 건조 쇄빙연구선 ‘쉐룽(Xuelong) 2호’/ 글로벌타임즈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중국, 일본 등 한국의 이웃 국가들이 북극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과학연구를 수행할 총톤수 1만t이 넘는 대형 쇄빙연구선을 경쟁적으로 건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동급의 차세대 쇄빙연구선 도입 관련 예산이 부족해 아직 건조를 담당할 조선사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선박 도입 지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해 북극에서 우리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6일 조선업계와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은 2004년 최초의 극지용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제작에 착수해 2009년 진수·취항시켰다. ‘아라온호’의 기본설계와 건조는 국내 중형조선소인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이 담당했다.

7500t급 중형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는 취항 후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활동해 왔다. 세종·장보고과학기지 등 남극 과학기지 2곳과 북극의 다산과학기지에서 연구 수행 및 물자보급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최근 기후변화 등 극지 이슈가 부각되며 북극해에서의 과학적, 전략적 영향력 행사가 국력과 직결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제 북극해 80도 이상 해역에 접근하기 어려운 ‘아라온호’가 지난해 북극에서 연구 활동을 수행한 일수는 35일에 불과하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2022년부터 총 사업비 2744억원을 들여 북극 연구를 전담할 1만6000t급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2026년까지 건조하고 2027년 취항시킨다는 목표로 도입을 추진해 왔다.

이 두 기관에 따르면 차세대 쇄빙연구선 도입 사업은 2021년 6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예산(순수 선박건조비) 2269억원을 배정받았다. 이 예산에는 건조 사업자로 선정된 조선사가 수행할 실시설계와 건조비가 포함돼 있었다. 2023년 4분기 국내 주요 조선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했지만 건조비 2269억원에 선뜻 나서는 조선사가 없어 유찰됐다. 해수부는 이후 약 10억원을 추가로 증액해 지난해 여름 2차 입찰을 실시했지만 단 1개 사도 응찰하지 않았다.

2차 입찰 유찰 당시 국내 조선업계는 해수부가 제시한 건조비 2279억원이 급격한 물가 상승과 원자재 비용 증가 등을 반영하지 못해 건조사가 희망하는 선가와의 차이가 커 두 차례 입찰에 모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극지연구소 주형민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단장은 “2차 입찰이 유찰된 직후인 작년 8월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188.2를 기록, 조선업 초호황기었던 2008년의 191.5에 근접할 정도였다”며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수주에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를 많이 참고하는 만큼 2279억원이란 당시 건조비는 조선시황과 물가, 환율 상승 등 경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현실적이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어 “두 차례 유찰이 된 만큼 해수부와 극지연구소는 현실적인 건조비를 충당하기 위한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해수부는 사업 완료 기간을 3년 늦춰 2029년으로 재설정했다. 2023년 기본설계까지 완성된 차세대 쇄빙연구선 도입 프로젝트는 건조 사업자 선정을 못한 채 현재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웃 중국과 일본은 1만3000~1만4000t급 차세대 쇄빙연구선의 건조 작업을 마치고 이미 취항했거나 내년에 건조가 마무리되는 등 도입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쉐룽(雪龍) 1·2호’를 포함해 3척의 쇄빙연구선을 작년 6월까지 모두 인도받아 북극해에 투입한 상태다. 1993년 우크라이나 크르손 조선소에서 건조된 ‘쉐룽1호’는 2만1000t급 대형 쇄빙선이다. 이 선박은 2007년과 2013년에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거쳐 현재 중국에서 가장 큰 쇄빙연구선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중국은 2번째 쇄빙연구선이자 자국에서 최초로 건조한 ‘쉐룽2호’ 도입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18년 중국 장난(江南)조선소에서 건조를 시작한 ‘쉐룽2호’는 2019년에 완공됐으며 ‘아라온호’보다 약 2배 큰 1만4000t급이다. 길이 122m, 폭 22m의 제원을 가진 이 선박은 1.5m 두께 빙하를 깨면서 2∼3노트로 항해가 가능하며 해빙기에는 12노트의 속력을 낸다.

일본도 차세대 쇄빙연구선 마련을 위해 2021년 관련 계획을 수립한 후 현재 건조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미라이Ⅱ’호로 명명될 예정인 해당 선박은 내달 진수식을 거쳐 내년 11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라이Ⅱ’호는 길이 128m, 1만3000t급으로 한국의 차세대 쇄빙선보다 작은 규모다. 쇄빙 능력도 1.2m로 1.5m로 설계한 한국 차세대 쇄빙선보다 약하다. 그럼에도 일본의 차세대 쇄빙연구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이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339억엔(약 3250억원)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 차세대 쇄빙연구선보다 더 크고 쇄빙 능력도 뛰어난 선박을 일본보다 506억원 적은 2744억원에 만들겠다고 예산을 책정했다.

업계 관게자는 “세계적 수준의 쇄빙선 건조 능력을 갖춘 한국의 조선소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정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를 일본의 사례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근령 해양수산부 해양개발과 사무관은 이에 대해 “차세대 쇄빙연구선 도입 사업 추진이 답보 상태에 있는 만큼 건조비에 쓰일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합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기재부의 반응과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은 3차 입찰 계획 및 예상 건조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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