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채연 기자] 방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이소 등 저가 소비를 즐기면서 면세점의 외국인 객단가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점 사업 구조가 중국 관광객에 많이 의존해 있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6일 삼일PwC경영연구원의 ‘보릿고개 넘는 K-면세점, 위기진단과 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객단가는 지난 2021년 2555만원에서 2022년 1049만원, 2023년 184만원 그리고 지난해 118만원까지 떨어졌다.
보고서에서는 면세점 사업 변화 시기를 팬데믹 전후로 구분했다. 해외여행 제한으로 공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2020년 면세점 매출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에 정부와 공항공사는 면세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임대료와 특허수수료 등을 감면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해당 시기 1인당 구매 수량 및 금액 제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대량으로 면세품을 구입한 후 중국에서 재판매하는 이른바 다이궁(보따리상)이 많아졌다. 방한객 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면세점들은 소수의 따이공에 의존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면세산업 규모를 보면 2019년 정점을 찍고 팬데믹 시기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지난 2023년부터는 중국인 관광객도 늘기 시작했지만, 면세점 매출액은 오히려 역성장했다.
내국인 면세 구매액의 경우 지난 2020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1000억원까지 성장했다.
보고서는 “내국인 면세 구매액은 늘고 있는 반면 외국인 구매액이 늘지 않고 있는데, 그간 면세점 실적에서 중국인 비중이 7~80%에 달했던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중국인들의 면세 구매액이 예년만 못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 관광객 수가 과거 수준으로 회복된 것을 감안할 때 결국 중국인들의 1인당 객단가가 과거 대비 크게 줄었다는 해석을 내놨다.
중국인들의 여행 패턴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패키지여행을 통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들은 면세점을 방문해 대량으로 우리나라 화장품 등을 구매해 왔다.
그러나 소규모 개별 여행이 주를 이루면서 다이소·올리브영·각종 화장품 로드숍 등을 투어하며 개인 맞춤형 소비를 선호하게 됐다. 특히 개별 관광객 중에는 MZ세대가 많으며,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물건을 구매하는 데 관심이 많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선 국내 주요 면세점 4개 사의 지난해 영업손실 합계가 3000억원에 육박한다고 본다.
공시에 따르면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손실 697억원을 기록했다. 신라면세점이 연간 적자를 낸 것은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영업손실 359억원을 내면서 지난 2023년 866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영업손실 288억원을 기록해 2018년 설립 이래 줄곧 이어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실적 발표 전인 롯데면세점도 작년 9월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922억원이다. 업계에선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가장 컸던 2022년(1395억원)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듯 적자 늪에 빠진 면세사업 정상화를 위한 제언도 나왔다. 면세사업 운영사를 줄이거나 기존 면세사업 운영자들이 합작법인(JV)을 만들어 합작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시내면세점 사업자들 간에도 JV를 설립해 물품 소싱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다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항 면세점의 경우 품목별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해 과당 경쟁을 지양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면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단체 관광객과 다이공이 절대적 매출을 차지하고 있는 시내면세점의 경우 이들을 유치하는 데에 지출되는 알선수수료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최근 롯데면세점은 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한다는 발표를 했고,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도 이들과의 거래를 줄여나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시내 면세점을 패키지여행 코스에 포함하기 위해 부담하는 마케팅 비용도 상당하다. 또 중국 관광객들의 트렌드가 개별 관광 위주로 변화하고 있어 다이공 수요도 약한 상항에서 시내 면세점의 과감한 철수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보고서에서는 송객수수료에 대한 자정 노력과 정부의 시장감시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관세청 및 국세청 등 행정지도에 따라 각 면세사업자가 과도한 송객수수료를 지급하는 불공정한 관행을 제한하는 방식 등 해당 법령의 제도를 정비해 상황에 맞게 규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인천공항공사도 한국 중소기업들의 제품들을 면세로 구입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 형태의 운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K푸드·K뷰티 등 K콘텐츠와 연계한 굿즈 판매나 인기 품목들을 면세 코너에 입점하는 팝업 스토어 운영 등 아이디어도 내놨다.
실제 사례로 롯데면세점 동경 긴자점의 ‘에그이즈커밍’ 팝업스토어와 신세계면세점 인천국제공항 내 K푸드 홍보관에서 감귤·딸기·샤인머스켓 등 신선한 농산물로 구성된 팝업 매장이 거론됐다.
보고서는 “이제는 K콘텐츠, K컬쳐, K푸드 등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상품들을 선보여 면세 운영에 있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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