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정혜련 작가] 나의 작업실에는 늘 라디오가 흐른다.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 앉는 순간, 나는 습관처럼 라디오를 켜고 세상의 소리를 맞이한다. 라디오는 단순히 배경음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다양한 음악이 감정을 실어 나른다.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그 소리들을 온전히 느끼며, 자연스럽게 내 마음은 음악과 사연에 물들어간다.
라디오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 사연이 흘러나온다. 기쁨에 들뜬 사연도 있고, 잔잔한 위로가 필요한 사연도 있다. 어떤 날은 누군가의 아픔 어린 이야기에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사연 속 소소한 행복에 미소를 짓기도 한다.
그리고 라디오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흐른다. 감미로운 발라드, 경쾌한 대중가요, 잔잔한 클래식까지… 음악은 내 작업의 흐름을 결정짓는다. 느리고 서정적인 곡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손끝이 천천히 움직이며 섬세한 선을 그려낸다. 반면, 경쾌한 음악이 나오면 색과 선도 더욱 과감해진다. 음악의 리듬은 내 작업에 숨을 불어넣고, 그림 속 감정들을 더욱 풍부하게 채워준다.
무엇보다 라디오가 내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연결’이다. 작업실은 나 혼자만의 공간이지만, 라디오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나의 감정을 함께 나눈다. 그 순간만큼은 나의 그림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닌, 세상과 감정을 공유하는 하나의 매개체가 된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내며, 나만의 색과 선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음악과 사연은 단순히 작업의 배경이 아니라 내 그림을 완성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 한 사람의 진심 어린 사연은 나의 마음을 흔들고, 그 울림은 그림에 스며든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작업실에서 라디오를 켜고, 음악과 사연에 내 마음을 물들이며 그림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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