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 마디가 제약바이오 업계를 휘청이게 만들었다. 대미 적자가 여전한 가운데 의약품에 관세가 도입되면 성장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자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으로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대미 무역 적자인데···25% 관세 부과 가능성 시사
26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 부문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도 관세 대상으로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세금·관세를 면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바이오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의약품 관세 부과 계획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는 없지만 시행될 경우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우리나라는 1994년 체결된 세계무역기구(WHO) 의약품 협정에 따라 관세를 면제받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해당 관세가 미국이 중국산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높은 상황을 타개한다는 취지 아래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조건이 쌓일수록 우리 기업들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건 지난 10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꾸준히 대미 의약품 수출 규모를 늘려 왔다는 데 있다. 관세청은 국산 의약품의 미국 수출액이 2015년 3300만 달러(약 470억원)에서 지난해 4억3500만 달러(약 6310억원)으로 1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봤다.
장기간 대미 무역 적자를 봐 왔다는 점도 성장동력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는 이유가 된다. 관세청에서는 대미 의약품 무역이 지난해 2억8494만 달러(약 4105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원료의약품에서 강세를 띠는 중국·인도와는 대비를 이루는 모습이다.
최근 급등한 달러 환율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초부터 11월까지 1200원 중반대에서 1300원대를 유지했던 달러 환율은 최근 1400원대 중반대까지 뛰어오르며 좀처럼 안정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원자재·생산 비용 증가와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바이오시밀러 기업들 비상···현지 생산 업체 접촉 중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미 분위기를 감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발언대로 의약품에 관세가 적용될 경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으로는 바이오시밀러가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이 있다.
먼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상반기 두 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미국 출시를 앞두고 현지 유통 파트너사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계”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셀트리온은 장기적으로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완제의약품보다는 관세 부담이 낮은 원료의약품 수출에 집중하고, 생산이 가능한 현지 업체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현지 직접판매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3분기까지 소화 가능한 재고를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SK바이오팜은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미국 현지 생산 업체들과도 접촉 중인 상황이다. 국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개발해 미국에서 판매 중인 이들은 캐나다의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을 통해 생산하고 있어 의약품 관세 확정 시 의약품 단가가 오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 차원의 대외정책적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 부연구위원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거대한 지형 변화를 발생할 수 있는 정책이 예고된 만큼 우리 기업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미국 정부나 의회를 향한 대관 기능을 강화하고, 미국 투자 시 미국 연방 정부나 주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미국 정책 관련 정보 수집 기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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