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기술 혁신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과 기술 패권 싸움이 심화되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인력 양성이 필수적이다. 또한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차세대 기술 개발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같은 차세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필요한 인력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는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인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의 성장에 큰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까지 국내 반도체 시장에 30만4000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현재 인력 규모와의 차이는 무려 5만4000명에 이른다. 이는 매년 약 3000명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최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고급 인재 확보를 위해 외국인 경력직 채용에 나선 배경에는 이러한 인력 부족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00명 이상의 인재를 채용했으며,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부터 외국인 경력직 채용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반도체 기술은 중국에 의해 추월당하며, 인재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AI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분야의 인력 수요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고급 AI 인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이 중국에 밀리는 상황이 발생했으며, 이는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한국 정부는 2022년 '반도체 인재 양성방안'을 발표하고 10년간 15만 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했으나, 반도체 관련 학과의 인기가 떨어지고, 학생들이 의대 등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관련 학과 졸업생의 66.9%가 비(非)반도체 분야에 취업하는 현실이 드러났다.
문송천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홀대주의'가 인재 빈곤을 초래했다”고 진단하며, 정부와 기업이 소프트웨어 투자와 개발에 소홀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AI 반도체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대만과 중국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AI 인재 양성을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리고, 매년 1만 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해외 명문대학에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특혜를 제공하며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과거 메모리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AI와 고성능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맞춤형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인력 양성 체계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하다. 반도체 분야의 연구개발(R&D)이 중단되면서 전문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연구비 지원과 전문 인력의 양성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K-반도체의 미래는 인재 양성과 확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기업은 인재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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