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출간된 한 전 대표의 책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6일 정오 무렵 서울 용산에 있는 대통령실에서 대통령과 한 전 대표가 단 둘이 만났다. 당시 전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했지만 한 전 대표가 자리를 비켜달라고 요청해 독대가 이뤄졌다. 대통령과의 독대는 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 당 대표가 된 이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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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민들이 2차 계엄을 우려하고 있어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계엄에 관여한 군인들을 즉시 직무에서 배제할 것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거절했다고 책에서는 밝히고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군 인사는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고 순차적으로 정상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김용현 장관의 후임을 지명했으니 그 후임자가 청문회를 거쳐 임명되고 나면 그때 순차적으로 군 인사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그러니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계엄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군인들에 대해서도 지금 바로 직무배제를 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한 전 대표는 특히 윤 대통령이 불법 계엄의 핵심인 여 사령관에 대해 경질조차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대통령이)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다르다”며 “(윤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방안은 물 건너갔고 탄핵 외엔 다른 길이 없었다고 생각했다”고 당시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독대를 마치고 나온 뒤 1시간 정도 지나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의 직무를 배제한다는 발표가 났다. 이에 한 전 대표는 대통령이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안도했고, 2차 계엄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판단했다. 특히 다음날 예정된 탄핵 가결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이 생긴 것으로 봤다.
특히 대통령은 다음날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임기를 당에 일임하겠다’, ‘국정 운영에서 손 떼겠다’, ‘수사에 협조하겠다’, ‘2차 계엄을 하지 않겠다’ 등의 내용을 발표해 한 전 대표는 “약속이 지켜지길 바랬다”며 “윤 대통령에게 고맙게 생각했다”고 전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한 전 대표는 이 담화는 이날 오후 표결이 예정된 탄핵안 가결을 막기 위한 목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2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1차 표결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무산됐다. 당시 여당에서 탄핵 표결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만 표결에 참여, 탄핵 가결 조건인 3분의 2이상의 표결 참여를 구성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윤 대통령 탄핵안은 일주일이 지난 14일에 진행한 2차 표결에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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