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지주가 회장·행장 겸직 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역대 회장들이 전원 징역형을 선고받아왔음에도 현 황병우 회장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회장·행장직 겸임을 유지하는 지주사는 현재 DGB금융 밖에 없다. 겸직 체제를 이어가다가 CEO 리스크가 발생하면 지주사와 은행 모두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황 회장은 겸직을 택했다. 이는 절차상 문제가 없으며 iM뱅크 안정화를 위한 결정으로 볼 수 있으나 셀프 겸직 논란이 불거졌던 황 회장에게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
4대째 회장‧행장 겸임 체제로 CEO 리스크
DGB금융에 회장 리스크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지난 2011년 취임한 하춘수 초대회장부터 2014년 박인규 전 회장 그리고 2018년 김태오 전 회장에 이르기까지 DGB금융 역대 회장들이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시작은 박인규 전 회장이다. 그는 업무상 횡령·배임, 뇌물공여 등으로 기소돼 지난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박 전 회장은 일명 ‘상품권깡’이라 불리며 30억원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지난 2014년부터 4년간 법인카드로 구매 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공무원 아들을 부정 채용하며 뇌물을 공여했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하춘수 전 회장은 박 전 회장과 함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지난 2019년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다음해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이들은 수성구청이 투자한 펀드 상품 30억원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경영위기로 약 10억원 손실을 보게 되자 2014년 사적으로 12억2400만원을 보전해 준 혐의를 받았다.
김태오 전 회장은 지난 19일 캄보디아 법인 특수은행인 DGB SB에 대한 인가를 받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관련 2심에서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판결받았다.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는 1심과 같이 무죄를 인정받았지만 현지 부동산의 매매대금을 부풀려 로비자금 300만달러(한화 약 42억9840만원)를 전달한 부분은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으로 유죄가 선고됐다.
유일한 겸임 체제…오너 리스크 위험성
DGB금융은 유일하게 겸직 체제를 유지해오면서 오너 관련 잡음이 많았던 셈이다. 지주와 은행의 수장이 같으면 추진 동력은 얻을 수 있지만 감시‧견제 기능은 약화되기 쉽다. 금융회사는 특성상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듯 특정 소유자가 없기에 금융권 수장에게 윤리적 투명 경영은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DGB금융과 달리 다른 금융지주들은 모두 회장‧행장직을 분리해 경영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윤종규 전 회장은 지난 2014년 말부터 행장 겸직을 이어가다 3년 뒤 분리했다. JB금융지주 김한 전 회장도 2013년 지주 설립 이래 3년간 겸임을 마치고 지난 2017년 9월 광주은행장을 별도로 임명하며 지주‧은행 분리 경영 체제를 시작했다.
지주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며 이른바 ‘황제경영’을 이어가다 부정행위로 기소된 사례는 앞서 흔했다. BNK금융 성세환 전 회장은 지주 유상증자 공시 후 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하자 2016년 시세 조종한 혐의로 기소됐다. 4년 뒤 성 전 회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징역 2년과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겸직 체제 잇는 황 회장
DGB금융도 회장‧행장직 분리를 적용한 적은 있다. 김 전 회장은 취임 2년 만인 지난 2020년부터 임성훈 전 행장, 2023년 황병우 행장을 선임해 회장·행장직 겸임을 막았다. 다만 이는 얼마 가지 못했다. 행장이던 황 회장이 선임된 지 1년 만인 지난해 3월 김 전 회장이 퇴임하며 차기 회장이 되면서 DGB금융은 겸직 체제로 회귀했다.
황 회장은 iM뱅크 시장 안착을 이유로 행장을 2년째 겸직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회장 겸직 및 행장 연임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한차례 불거졌다는 점이다. 회장으로 선임될 당시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이 황 회장의 논문 지도교수였으며 행장 선임 시 그룹임원추천위원회에 황 회장이 발을 들이면서다.
DGB금융은 회장 선출 과정에서 위원장이 평가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으며 임추위가 경영승계를 추진할 때부터 황 회장은 불참했기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겸직 체제에 따라 황 회장에 권력이 집중되는 건 지배구조상 여전한 부담이다. 금융당국 역시 장기 집권 및 제왕적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꾸준히 드러내왔다.
황 회장은 iM뱅크의 시중은행 안착을 내세우며 겸직을 단행했지만 지난해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그만큼 올해는 성과를 내야 하는 게 황 회장 몫인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중은행은 공격적인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으며 iM뱅크 영업지역은 여전히 대구‧경북에 한정돼 있어 iM뱅크가 전국구 은행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여전히 더딜 전망이다.
양하영 기자 hyy@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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