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최근 적은 비용으로 고성능 추론 모델 ‘R1’을 개발한 딥시크가 시장에 충격을 준 가운데, 대규모 GPU 인프라를 보유한 클라우드 빅테크 기업들도 기존 투자 전략 재검토에 나섰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프라 확보를 위한 AI 투자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클라우드 기업 역시 딥시크 여파 속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빅3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4분기 매출은 287억9000만달러(한화 약 42조원)로 월가 예상치(288억7000만달러)를 소폭 하회했고,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부문 매출 성장률은 31%로 시장 기대치(33%)를 밑돌았다.
구글 알파벳 역시 4분기 클라우드 매출이 119억6000만 달러(한화 약 17조원)로 월가 예상치(121억9000만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성장 둔화는 데이터센터 용량 부족으로 인한 용량 제약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딥시크 후폭풍까지 덮치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인프라 확충을 위해 설비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가성비 AI 확산…국내 클라우드 기업 ‘기회’
중국의 딥시크가 대규모 GPU 없이도 AI 추론 모델을 구현한 사례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KT, NHN 등 국내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으로 고성능 AI를 구현하는 ‘가성비 AI’ 전략을 통해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AI 콜센터(AICC) 등 기업용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동시에 대규모 언어모델(LLM) 운영을 최적화하는 ‘LLMOps’ 기술을 개발 중이다. NHN도 기계학습(ML) 중심의 ‘MLOps’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베슬AI와 협력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딥시크의 사례가 AI 모델 구축 비용을 절감할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인프라가 더 확대돼야 한다”며 “사용량 증가를 대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인프라 문제 “글로벌과 격차 커”
AI 인프라 경쟁에서 한국은 글로벌 빅테크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에포크AI가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LG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엑사원(EXAONE) 3.5 32B’ 모델이 ‘주목할 만한 AI(notable AI)’ 부문에 등재됐다. 이는 딥시크처럼 비용 대비 성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엔터프라이즈 LLM이 올해 큰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에서는 삼성 SDS, LG CNS 등 대기업 5곳과 여러 스타트업이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하지만 인프라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지적한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김대식 교수는 “글로벌 기업의 GPU 보유 상황을 보면 MS는 50만개, 메타는 60만개, 구글은 50만개를 보유하고 있다”라며 “반면 삼성전자는 1000개, 네이버는 2000개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AI 윤리·데이터 확보도 주요 과제
자체 추론 모델 개발 가능성이 낮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주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LG AI연구원 안소영 정책수석은 “LG는 딥시크-R1 수준의 모델을 조만간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라며 “H200 GPU를 2000장 확보한다면 한국형 AI 추론 모델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AI 기술 발전과 함께 윤리적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 정책수석은 “책임 있는 AI(Responsible AI) 개발을 위해 명확한 윤리 기준을 설정하고,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윤리적 검토를 병행해야 한다”며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AI 윤리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와 인력 부족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LG CNS 관계자는 “멀티 모달 AI의 핵심 요소는 기존 언어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현재 한국은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어떤 데이터를 확보해야 할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언어모델(LMM) 대비 얼마나 더 많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지 면밀히 분석해야 하며, 이를 다룰 전문 인력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전략적 인프라 투자 필요
전문가들은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효율적인 클라우드 구축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또 국내 AI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윤성로 교수는 “AI 연구에는 클라우드보다 직접 GPU 서버를 운영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며 “온프레미스(On-premise)와 클라우드 구축 방안을 유연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내 AI 인프라는 전력 부족과 공간 제약 등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교육 차원에서도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대신, 기존 대학원 프로그램을 통합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Copyright ⓒ 투데이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