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노동계 대표로 참여 중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법정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양대 노총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법정 정년연장에 대한 결정을 미루고 있어 정년제도 개편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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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내부서 찬반 의견 엇갈려
2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은 지난해 11월 2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정년 연장안’을 상정해 심의했으나 의결하지 못했다. 법정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총연맹 차원에서 낼 것인지를 논의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자료 보완, 가맹산하 조직별 토론 등을 거쳐 다음 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안건 의결을 보류했다. 이후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선 비상계엄과 탄핵 등 여파에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연간 한 번 열리는 대의원대회를 제외하면 사실상 조직 내 최고 의결기구다. 위원장을 비롯해 부위원장단,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장 등 50여명으로 구성된다.
당시 중앙집행위원회에선 청년고용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년연장을 요구하려면 청년고용과 관련한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정년연장으로 청년고용 위축이 현실화하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조직 밖’ 청년이 지금보다 더욱 보호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일각에선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해야 할 판국에 더 일하게 해달라고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지난해 11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 수급시기가 65세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에서 정년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그간 민주노총은 청년 일자리에 초점을 맞췄는데 (민주노총) 내부에 찬반 의견이 모두 있다”고 했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 영향에 촉각
민주노총 내에선 향후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정년연장 안건이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민주노총이 조합원을 대변하는 조직인 만큼 조합원 이익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서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정년 연령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데에도 이견이 없는 상태다.
관건은 의결 시기다. 청년고용과 관련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할 경우 정년연장 안건 상정이 더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노총이 양질의 청년 일자리 확대를 강조해온 만큼, 정년연장만 요구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내부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총연맹 차원에선 의견을 통일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오는 27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여는 양 위원장의 발언에서 정년 관련 민주노총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년연장에 대한 민주노총 입장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정년제도 개편과 관련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양대 노총의 한 축인 민주노총 입장에 따라 노동계 대표로 참여 중인 한국노총 요구에 힘이 실릴 수도, 빠질 수도 있다. 한국노총은 법정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퇴직 후 재고용’에 나서야 한다는 경영계에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이 경영계 요구(퇴직 후 재고용)에 찬성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지만, 정년연장 관련 입장을 보류할수록 결과적으론 경영계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오는 4월 말까지 정년제도 개편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 한국노총이 대화 불참을 선언하며 관련 논의가 중단된 상태지만, 한국노총이 3월까지 대화에 복귀하지 않으면 공익위원 권고안을 내 정년 논의를 마치겠다는 목표다.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노사가 공익위원 권고안을 수용하느냐 안 하느냐는 차후 문제”라며 한국노총 복귀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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