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0.25%p 인하…“내수 살리기 시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0.25%p 인하를 단행했다. 미국이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음에도 국내 경기 침체 수준이 심각해 내수 살리기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다.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2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00%에서 0.25%p 낮춘 2.75%로 결정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월 전망치 1.9% 보다 0.4%p 낮은 1.5%로 제시했고, 내년 전망치는 1.8%로 제시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모두 1.9%로 제시했다.

한은은 지난달 경기 평가 발표를 통해 최대 0.3%p의 전망치 하향을 예고했는데, 이번 달 전망치는 0.4%p 내렸다. 이는 정부 1.8%, 한국개발연구원 1.6%보다 낮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2%대는 약 2년4개월 만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대 초중반으로 떨어지면서 성장 하방 압력이 커지자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판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문에서 “향후 성장경로에는 주요국 통상정책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방향, 국내 정치 상황 변화, 정부의 경기부양책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국내 경제는 경제 심리 위축, 미국의 관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내수 회복세와 수출 증가세가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강달러 흐름에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느껴온 한은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강달러 흐름이 잠잠해지면서 추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4일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1427.4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는데,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10일 1426.9원 이후 두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한은은 경기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조기 집행되면 경기 하방 압력을 완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이 바람직하며 이를 통해 경제 성장률을 0.2%p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금통위도 국내 내수에 대해 비관적인 진단을 내놓고 있다. 누적된 고금리와 고물가로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이 더해져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경기 회복세가 더디기 때문이다.

경제 전망이 악화되면서 시장에서는 한은이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연내 서너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한 차례 인하 전망이 지배적이라 한은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통위는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하락 기조로 인한 재확대 가능성과 높은 환율 변동성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대내외 경제정책과 국내 정치 상황의 변화, 그간의 금리 인하가 물가, 성장,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