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각 최고경영자(CEO)인 여승주 부회장과 나채범 대표가 나란히 연임을 앞뒀다.
지난해 두 보험사 모두 일부 보험제도 영향에도 본업 경쟁력에 힘입어 실적 개선을 이룬 결과 여 부회장은 4연임에, 나 대표는 첫 연임에 성공하게 된 셈이다.
내달 연임이 확정되면 시장의 남은 관심사는 배당 여부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해약환급금 준비금 개선 등에 따른 부담에 결산배당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보장성보험 신계약, 실적 견인
한화생명과 한화손보가 합산 순이익으로 1조원을 넘겼다. 두 보험사는 지난해 순이익이 1조1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1.6% 성장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72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9% 늘었으며 한화손보는 3823억원으로 같은 기간 31.5%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경우 보험손익은 22.2% 감소한 5063억원이었지만 신계약 성장세는 꾸준했다.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18.2% 증가한 3조8557억원이며 신계약 보험서비스계약마진(CSM)은 2조1231억원으로 줄었으나 2년 연속 2조원대다.
지난해 실적을 견인한 건 투자손익 영향도 컸다. 지난해 투자손익은 39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33.2%로 크게 증가했다. 운용자산이익률도 3.59%로 부채 부담금리(3.37%)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화손보 역시 신계약 CSM이 7410억원으로 전년대비 9.4% 증가하는 등 신계약 성장세로 본업 경쟁력을 나타냈다. 고가치 상품 중심으로 매출이 늘어난 결과다. 한화손보의 장기보장성 신계약 매출액은 728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한 수치다.
여승주·나채범 나란히 연임 예정
한화생명 여 부회장은 4연임으로 생보사 장수 CEO 지위를 이어간다. 한화생명은 내달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를 대표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여 부회장은 지난 2019년 3월 한화생명 각자 대표이사로 최초 선임된 이래 2021년과 2023년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실적에 앞서 여 부회장이 세운 업적은 대형 생보사 중 처음으로 제판(제조와 판매)분리를 적용해 2021년 4월 설립한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출범한 이래 고수익성 보장성보험 판매를 중심으로 CSM 성장 속도가 붙었다.
한화손보 나 대표 역시 내달 재선임이 예정돼있는데 그의 첫 연임은 특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3년 3월 취임한 나 대표 이전에는 연임한 CEO가 많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배경에는 ‘성과주의’가 있다.
나 대표가 이끄는 한화손보는 여성 특화 보험사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데 성공했다.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등을 내세워 여성 보험 시장을 개척하면서다. 지난해 6월 기준 신계약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보험은 25%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양사 모두 배당 재개 내년 예상
연임이 예정된 이들이 이끌 두 보험사에 시장이 기대하는 건 배당이다. 주주환원을 위한 지난해 결산배당은 제도 불확실성 영향 등으로 사실상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이 상대적으로 잘 방어되고 있어 최소한 올해 실적에 대해선 배당 재개가 예상된다.
한화생명은 이미 지난 20일 실적 컨퍼런스에서 사실상 결산배당이 불가함을 시사했다. 한화생명 김동희 재정팀장은 해약환급금이 신계약 비중에 정비례해 증가하며 배당 여력이 줄어들고 세무 이슈 등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화생명의 킥스비율 잠정치는 165%로 여느 보험사처럼 시장금리 하락과 부채 할인율 영향으로 전년 대비 18.9%p 떨어졌으나 신계약 CSM 성장과 후순위채 발행으로 가용자본을 올리면서 적정 수준을 유지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개선 시점은 불확실하지만 중장기 목표인 170%대 이상을 달성한다면 내년 배당 재개를 기대할 수 있다.
한화손보도 지난해 3년 만에 배당을 재개했던 한화생명처럼 5년 만에 배당을 실시했으나 역시나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 등에 결산배당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킥스비율은 약 174%로 배당 미지급 보험사 중에선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한화손보가 내년에는 안정적으로 배당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추가적인 보완자본 발행 여력은 많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비율이 양호해 금융당국의 배당가능이익 산식 개선이 없어도 2026-2027년에는 배당 재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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