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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이데일리 경제전문기자]“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같은 새로운 근로 형태가 확산하면서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분쟁이 많아지고 있어요.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사건이 대표적이죠. 법을 바꾸고 처벌을 강화하자고 할 텐데, 처벌이 능사는 아닙니다. 직장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서울 중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현재 노동관련 법률, 회사내 규정 등이 달라진 노동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노동조합은 정규직 남성 중심이다. 노동시장의 주축이 그랬다. 고용 형태가 다양화하면서 새로운 체제로 바뀌고 있다. 갈등과 분쟁 양상 또한 마찬가지”라고 했다. 2024년 10월 기준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사건 수는 2만 652건으로, 전년 동월 1만 8430건 대비 12.1% 증가했다. 집단적 노사 분쟁 사건은 5.8%에 그쳤지만,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차별 등 개별적 고용 관련 분쟁이 94.2%를 차지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체제로 바뀌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해법이 문제”라며 “우리는 노동법을 확장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식으로, 법으로 강제한다. 일자리 문제, 소득 문제, 경제 문제가 형사 사건이 돼 버린다”고 지적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오요안나 방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와 가해자 대상을 프리랜서 등 다양한 형태의 종사자들로 확대하고, 괴롭힘의 기준을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신체적·정신적 고통’에서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 신체적·정신적 고통’으로 변경해 피해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결과적으로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처벌 대상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갈등은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생긴다. 갈등이 생기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우선 해결해야 하는데 학교에서든, 어디서든 배운 적이 없다보니 ‘법정에서 보자’고 서로 들이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안적 분쟁 해결제도(ADR)를 통해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직장 문화를 정착시켜나가려고 한다”며 “분쟁 당사자들이 겪는 고통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도 파업 등 극단적 대립을 피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안적 분쟁 해결 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는 법원의 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당사자 간의 자율적 해결을 우선하는 만큼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ADR 활용은 산업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함께 ADR 전문가 양성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넘쳐 경쟁이 치열하다.
김 위원장은 “전문가 기초과정 1000명 모집에 5000명, 심화과정 250명 모집에 3000명 가까이 지원했다”며 “노사관련 업무 담당자 뿐 아니라 학부모와 시민 민원에 시달리는 학교 선생님, 경찰 공무원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분쟁이 악화하기 전에 치료하는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노동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적극적·예방적 분쟁 해결 방안을 고민 중이다.
김 위원장은 “ADR이 분쟁 조정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품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예 노동분쟁이 생기지 않게 사전에 예방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일하고 싶은 직장’ 어떤 직장인지,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어떤 동료인지,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직장내 갈등을 미연에 방지, 노동분쟁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찾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돈을 많이 준다고 다 좋은 직장은 아니다. 일하고 싶은 직장,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심리적 문제가 함께 결합돼 있다”며 “한국심리학회와 손잡고 일하고 싶은 직장이 어떤 곳인지, 같이 일하고 싶은 직장인은 어떤 사람인지,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드는데 방해 요소는 무엇인지 등을 계속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1956년 부산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아이오와대 경제학 박사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시 노사정위 위원장 △제22대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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